안평대군 집에 있던 기린교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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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인왕산 도시자연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철거 예정인 서울 종로구 옥인동 185의4 옥인시범아파트 옆 계곡에서 조선시대 안평대군의 옛 집터에 있었던 기린교(麒麟橋)로 추정되는 돌다리(석교ㆍ石橋)가 발견됐다고 문화일보가 14일 보도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한경지략’ 등에 따르면, 기린교는 원래 비해당(匪懈堂) 안평대군(1418~1453)과 효령대군(1396~1486)의 집이었던 인왕산 기슭 수성동에 있었다. 현재 옥인아파트 9동 옆 계곡에 있는 돌다리는 겸재 정선이 그린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ㆍ간송미술관 소장)’ 중 ‘수성동(水聲洞)’을 그린 그림에 등장하는 돌다리나 고(故) 김영상(1917~2003)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상임위원이 1994년 출간한 ‘서울육백년(六百年)’(전 5권ㆍ대학당) 중 1권에 ‘수성동에 걸려 있던 기린교 돌다리’란 설명과 함께 실린 사진과 모습이 똑같다. 수성동은 현재 종로구 누상동과 옥인동의 경계되는 곳에 있었던 당시 지명이다. ‘서울육백년’에 실린 기린교 사진은 1950~60년대에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선의 그림이나 ‘서울육백년’에 실린 사진을 보면 장대석 2개를 걸쳐 놓은 돌다리의 모습이 현재 옥인아파트 옆 계곡에서 발견된 것과 형태가 똑같다. 청계천의 원류가 되는 계곡에 위치한 기린교는 1971년 옥인아파트 준공 당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이 지역을 답사했던 사람들의 제보로 다시 햇빛을 보게 됐다. 기린교로 추정된 이 다리는 1970년대 이후 주민들이 계곡을 건너다니기 위해 파이프 난간을 설치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돌다리 동측(하류측)으로 나무를 이용, 확장해 사용하다가 현재는 파손돼 난간만 겨우 부지하고 있다. 돌다리 위에서 보면 오래된 석교임을 알 수 없으나 계곡으로 내려가 보면 그림이나 사진에 등장하는 기린교와 똑같은 다리임을 알 수 있다.

넓었던 계곡이 갑자기 좁고 깊어지는 암반벽 사이에 위치한 돌다리는 가로ㆍ세로 35㎝, 길이 3.7m 정도인 장대석 두 개를 붙여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돌다리 폭은 70㎝ 정도. 현장을 답사한 이상필 문화재위원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현존 돌다리는 기린교일 가능성이 높다”며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문화재위원을 지낸 손영식(서울시 문화재위원) 전통건축연구소장은 “지금 당장 보물로 지정해도 될 정도로 원형이 잘 남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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