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혈여인' 밀로셰비치 부인…남편 뺨치는 실권휘둘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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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 뒤에는 최고 권력자인 '냉혈 부인' 이 있다 (?).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부인 미라 마르코비치 (57)가 유고의 정치.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실질적인 권력자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미라 마르코비치가 유고 좌익당을 이끌며 밀로셰비치와 함께 권력의 정점에 있다" 고 보도했다.

유고의 전직 언론인 두산 미테비치도 "지난 10년간 밀로셰비치의 정치적 영향력은 감소한 반면 미라의 영향력은 확대됐다" 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라가 남편의 집권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이후 중대한 정치적 사안은 자신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발생한 반체제 언론인 살해사건도 미라가 배후조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괴한의 총격에 숨진 슬라브코 크루비자는 과거 미라의 절친한 친구였으나 지난해말 밀로셰비치에게 사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이래 반체제활동을 벌여왔었다.

미라는 막후에서 정치공작을 자주 벌여 '응접실 공산주의자' 로 불리며 자신이 티토의 후계자라는 과대망상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국사를 논의할 때 자주 눈물을 흘리는 등 대외적인 이미지는 수동적이지만 그 이면에 무서운 공격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지적이다.

그녀의 공격성은 18일 밀로셰비치의 가족들이 나토 공습후 유고를 떠나 피신했다고 밝힌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에게 보낸 항의 공개서한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녀는 공개서한에서 "만약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당신 가족들은 모두 달아났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유고를 한발짝도 떠나지 않았다" 고 반박했다.

미라의 이같은 성향은 불행한 과거에 연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라는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한 공산 게릴라 집안 출신.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42년 독일군에 체포된 뒤 고문을 못견뎌 조직의 기밀을 누설했다.

석방 직후 배신자로 낙인찍힌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에 의해 처형됐다.

전 베오그라드 시장 네보사 코비치는 "미라가 아직도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며 "이런 증세가 그녀의 공격성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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