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중산층 지갑 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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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소비 회복이 중산층으로 확산되는 조짐인가.' 올들어 컴퓨터와 컬러TV.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이 날개 돋친듯 팔리면서 중산층의 '소비대열' 복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컴퓨터의 경우 1분기 (1~3월) 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어난 42만대나 팔렸다. 이는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던 97년 (50만대) 의 85% 수준. 가전제품 내수도 30% 가까이 늘어나 예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으며, 특히 대형 TV 등은 97년보다 두배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중산층이 많이 구입하는 컴퓨터.가전제품의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소비 주도세력이 상류층에서 중산층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닌가' 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말 월소득 3백만원을 웃도는 고소득층에 국한됐던 소비심리 회복세가 최근 월평균 71만~3백만원인 중산층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온기운 연구위원은 "지난해는 고소득층만 소비에 나섰으나 최근 주식투자 등 재테크로 중산층의 자산소득이 늘면서 내구 소비재를 중심으로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흐름을 일부 계층의 '거품' 으로 지적하고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 PC 불티난다 = 서울 용산전자상가 등 전국의 컴퓨터 판매업체들은 입학.졸업 시즌을 앞둔 지난 2~3월 톡톡히 재미를 봤다. 전자랜드의 한 상인은 "지난해말 하루 한 대도 안팔리는 일이 많아 부도위기까지 몰렸으나 입학시즌에는 최고 50대까지 팔았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97년 (16만대) 보다 늘어난 19만대를 팔았으며 삼보컴퓨터 판매실적 (8만9천대) 역시 지난해 (2만4천대) 는 물론 97년 (7만3천5백대) 을 넘어섰다.

◇ 가전제품도 호황 = 삼성전자의 양문여닫이식 대형냉장고 '지펠' 을 생산하는 광주공장 종업원들은 요즘 밀려드는 주문에 야근을 밥먹듯 하고 있다. 1분기 지펠 판매대수는 1만3천여대. 지난해 같은 기간 (6천7백대) 의 두배 가까운 수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냉장고 판매량은 12만5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3천대) 보다 25% 가량 늘었다. 이는 97년 1분기 (15만대) 의 83% 수준. LG전자도 3월까지 26% 늘어난 21만대의 TV를 팔았다.

LG전자 한국영업기획팀 이영환 수석부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실수요가 20% 이상 늘었다" 면서 "2분기 가전 성수기에는 IMF 직전의 호황 수준을 회복하는 품목도 여럿 나올 것" 이라고 예상했다.

◇ 중고제품은 울상 = 중고PC 판매는 10%까지 떨어질 정도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중고컴퓨터 체인망을 운영하는 K2시스템은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중고PC 붐을 일으키면서 가맹점마다 한달 최고 3백대 이상 팔았으나 최근 20~30대도 빠듯한 실정.

서울 대방동에 위치한 S중고판매상가 주인 李모 (44) 씨는 "지난해에는 상가 밖에 중고 가전제품을 내놓으면 찾는 사람이 많아 물건이 달릴 정도였으나 요즘 하루 한대 팔기도 어렵다" 고 말했다.

이원호.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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