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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名키보드주자 릭 웨이크만.존 로드 신보발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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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록을 예술음악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던 70년대의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예스' 와 '딥퍼플' 에서 각각 키보드 주자로 활약한 릭 웨이크만 (50) 과 존 로드 (52)가 나란히 클래식 레이블로 솔로 앨범을 내놓았다.

'지구 중심으로의 회귀 (Return to the Centre of the Earth)' 와 '내면 풍경 (Pictured Within)' .이들 앨범이 EMI클래식과 버진 클래식으로 출시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둘 다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데다 그들의 프로그레시브 록그룹이 추구한 음악세계가 클래식 음악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릭 웨이크만은 록이 좋아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했지만 결국 그룹 '예스' 를 클래식 성향의 프로그레시브 그룹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40여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해온 그의 이번 음반은 25년전 런던심포니와 녹음해 전세계적으로 1천2백만장이 팔려나간 자신의 앨범 '지구 중심으로의 여행' 을 재해석한 것이다.

25년전에 비해 테크놀로지의 한계로부터 더욱 자유로와진 그가 마음껏 즐기는 '지구 속 음악여행' 인 셈이다.

쥘 베르느의 공상과학소설 '지저탐험' 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하나의 주제가 앨범 전체에 흐르는 컨셉트 앨범. 그래서 상업적인 경향으로 치닫는 최근 록의 경향과는 사뭇 다르다.

70년대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의 한 경향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록과 심포니의 결합' , 즉 심포닉 록의 부활이라는 의미를 띈다.

그러면서도 70년대 심포닉 록이 클래식 음악의 인용 또는 모방에 그쳤다면 이 앨범에선 록과 심포니가 대등한 관계로 만나 록의 경쾌함과 클래식의 무게가 서로를 보완해준다.

런던심포니.잉글리시체임버콰이어까지 가세한 대편성에다 오지 오스본.보니 타일러 등 보컬을 맡은 게스트 아티스트들의 진용도 화려하다.

한편 '딥퍼플' 키보드 주자 시절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작곡.편곡.지휘까지 맡았던 존 로드는 솔로 앨범 '내면 풍경' 에서 낭만적 서정이 충만한 클래시컬 뉴에이지 음악을 선보인다.

피아노와 함께 현악4중주.호른.오보에.클라리넷.첼로 음색이 지배적인 이 앨범은 '크로스오버' 로 간단히 정의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찬' 딥퍼플 앨범이나 존 로드의 초기 솔로 앨범과는 사뭇 다른 명상적 분위기가 흐른다.

군더더기나 과장 없이 한결 정제되고 세련된 음악세계다.

'일출' '저녁의 노래' '무지개' '산 위의 일몰' 등 알프스 여행에서 받은 음악적 영감을 무공해 사운드에 담은 12개의 '모음곡' .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라는 부제가 붙은 15분짜리 대곡 '크리스탈 온천' 에선 종교적 색채마저 감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알프스 교향곡' 이랄까. 프로그레시브 록이 '나이' 를 먹으면 클래식 세계를 동경하는 것이 자연스런 흐름처럼 느껴진다.

02 - 3449 - 9422.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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