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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에 투트랙전략 본격화…북·미 직접 대화에 반대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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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국무부가 북·미 대화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 본격화되는 것이지 미국의 입장이 제재에서 대화로 급선회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책 기조의 전환으로 해석한 미국 언론과는 차이를 보인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미국은 늘 대화의 문을 열어 두고 있었지 대화를 배척하거나 거부한 적이 없다”며 “필립 크롤리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을 미국의 정책 변경으로 보는 해석은 앞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 속에는 북·미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부시 행정부 후반부 때와 같이 북한에 필요 이상의 당근을 제공하면서 끌려 다니는 협상 패턴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당국자는 “북·미 대화가 의미를 갖자면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이는 결국 북한의 진정성 있는 의지 표명과 실천에 달려 있다는 한·미 공동의 인식에도 변함이 없다”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외교부가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데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고위 당국자는 북·미 대화 추진 입장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동북아 순방 때 긴밀히 조율된 것임을 강조했다. 당시 한·미 간에는 6자회담에 앞서 양자 대화를 개최하는 방안의 유용성에 대한 협의가 있었으며, 보즈워스 대표는 6자회담을 ‘촉진(facilitate)’하기 위한 목적의 양자 대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북핵 문제의 본격 협상은 양자 회담이 아니라 6자회담에서 이뤄져야 하며, 북·미 대화를 먼저 한다면 당장은 북한을 6자회담 틀로 복귀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통미봉남에 대한 우려는 사라진다.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에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이는 강온 양책 가운데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북한의 노련한 전술에 끌려 다니기 십상이라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재를 통한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대화를 추진하는 전략은 “제재만으로는 (북한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막 시작단계에 불과한 제재를 푸는 것은 유효한 압박 수단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도 한·미 당국의 인식은 일치돼 있다고 한다. 북·미 대화가 성사되는 시점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10월 말 또는 11월께에 가야 가능할 것”이라며 늦춰 잡는다. 유엔 총회(9월 21~25일)를 계기로 관련국들이 또 한 번 조율하고 북한과의 탐색전을 거치자면 그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관측에는 북한과의 대화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란 한국 정부의 희망사항이 일정 부분 반영돼 있을 수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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