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이자부담 사상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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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자금 수요가 늘면서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 부담은 더 불어날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예금자들은 미소 짓고 있다. 은행에 돈 맡겨둬 봐야 세금 빼고 물가 오르는 것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이던 시절이 슬슬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6만593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5739원)보다 18.3% 증가했다. 올 2분기의 가계지출 증가율(1.7%)의 10배를 넘는다. 특히 2분기 근로자 가구의 이자비용은 7만5898원으로 1년 전보다 24.4% 증가해 2004년 1분기 이후 5년3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근로자 가구의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2%)까지 떨어뜨려 은행권 대출 이자부담이 크게 낮아졌는데도 가계의 이자비용이 늘어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 이자부담액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 50%가량이었으나 올해 1분기부터는 60%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의 대출이 늘면서 이자부담도 커졌다. 7월 2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29조8657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738억원이 늘면서 증가 폭이 10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실질 예금금리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실질 예금금리는 0.9%로 6월(0.5%)에 이어 두 달째 플러스를 기록했다. 7월의 저축성 수신 평균 금리는 2.9%인데, 여기서 이자소득세(이자의 15.4%)와 소비자물가 상승률(1.6%)을 뺀 금리가 0.9%라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0.6%였던 실질 금리는 올 들어 5월까지 계속 마이너스였다. 2월과 3월엔 -1.4%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연 2%에 묶여 있는데도 실질 금리가 오르는 것은,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데다 금융사 사이에 예금 유치 경쟁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 3%대였던 정기예금 금리를 최근 연 4%대로 일제히 올렸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실질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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