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파업 장기화 몰랐나… 장기대책 미흡한 서울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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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지하철 파업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자 서울시가 장기 대책마련에 착수했으나 기관사 확보가 여의치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최악의 사례로 평가되는 89년과 94년에도 최장 7일을 넘지는 않았다.

그래서 서울시의 비상수송 대책도 1주일 전후의 단기대책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이번 파업사태가 1주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서울시는 대책의 최우선 목표로 "지하철을 멈춰세우지 않으면서 안전운행을 확보하는 방안" (金學載 행정2부시장)에 집중시키고 있다.

우선 시는 전동차 검수 (검사.수리) 분야의 경우 외부 민간기업의 용역을 통해 인력확보가 비교적 수월하게 추진돼 다소 안도하고 있다.

전동차의 결함여부를 체크하고 고장부위를 수리하는 검수.정비분야에는 파업전에 하루 1천6백여명이 투입됐으나 현재 정비는 사실상 중단하고 3백60명이 일상적인 검수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 등 3개 전동차 제조업체로부터 4백40명의 인력을 지원받기로 하고 22일부터 단계적으로 인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金부시장은 "용역업체들이 기존 인력의 절반만으로도 무리없이 해낼 수 있다고 밝혀 다소 안도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의 인력 중에서 파업초기 투입된 검수요원 40명 외에 추가로 60명을 지원받을 예정이지만 아직 미확정 단계다.

문제는 '3조2교대제' 를 '2조 맞교대제' 로 바꾸면서 기존 검수인력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는데다 장기화할 경우 차량 고장에 따른 정비문제가 불거져나올 것으로 보여 인력운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기관사의 확보 여부는 장기전의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서울시의 분석대로라면 비록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더라도 기관사를 평소의 50%만 확보하면 파업철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확보된 기관사는 3백9명. 파업전에 8백31명의 기관사가 매일 4백61명씩 교대로 운전에 나섰던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마저 파업전보다 4시간이 많은 하루 12시간의 근무로 피로가 누적돼 있다.

22일 오후에 발생한 당산역 사고 역시 격무에 지친 교체 기관사가 졸다가 일어났다.

서울시는 "최소 5백명은 확보돼야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다" 고 보고 기관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인력 확보가 차질을 빚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지하철공사 근무경력이 있는 도시철도 소속 기관사 1백16명을 빼내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고 밝힐 정도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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