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포와 웃음의 썰렁한 동거- 김성홍감독 '신장개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24일 개봉되는 '북경반점' 에 이어 또 한편의 중국집 소재 영화가 '개점' 을 앞두고 있다.

80년대 '고래사냥' 과 '성공시대' , 90년대 '닥터봉' '고스트 맘마' 로 대표되는 황기성사단의 '신장개업' . '손톱' 과 '올가미' 등에서 보듯 스릴러물에 집착하며 그를 통해 재능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김성홍 감독이 연출했다.

그러나 이런 '신장개업' 의 발상은 다소 '불량' 하다. '사람고기' 란 섬뜩한 소재가 왠지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기 때문.

이는 인육을 먹는 미래세계의 지배자인 푸줏간 주인과 그 기생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외화 '델리카트슨사람들' 이나 '아담스 패밀리' 류의 영화와 맥이 닿는다.

나름대로 공포와 코믹의 '동거' 를 일궈낸 수작들로 '신장개업' 의 지향점도 바로 이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신장개업' 은 코미디보다 공포물로 먼저 받아들여진다.

'인육을 쓰는 중국집' 이라는 기발한 가공의 세계가 현실세계의 웃음보다 공포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하나밖에 없는 한적한 시골마을. 동네 유일한 중국집 '중화루' 앞에 마치 창고라야 어울릴 것같은 중국집 '아방궁' 이 들어서면서 긴장감이 감돈다.

인상 더러운 주인과 종업원들. 하지만 아방궁의 자장면 맛은 삽시간에 마을을 헤집어 놓고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급기야 아방궁으로 시식하러간 중화루 왕사장 (김승우) 은 자장면 그릇에서 사람 손가락을 발견하고 기겁을 한다. 김승우는 그 맛의 비결이 '사람고기' 임을 확신한다.

중반까지 영화는 이 두 중국집의 신경전과 인육을 찾아나서는 중화루 식구들의 엽기적 소동을 다룬다.

곡괭이를 들고 공동묘지를 헤매다 귀신에 쫓기는 등 중화루 일행의 그 굼뜬 행동과 어눌한 말투가 간간이 폭소를 자아낸다.

왕부인 역 진희경의 요란한 촌티패션과 앙탈도 양념 구실을 하며 잔재미를 이끈다.

그러나 영화는 막판에 김승우가 야수로 돌변, 살아 있는 '인간사냥' 에 나서면서 이전까지의 긴장감 대신 공포감만이 가득찬다.

마치 관객에게 영화적 환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그저 '살인마' 의 행각을 목격하도록 강요하는 듯하다.

예술의 궁극적 목표가 인간 존엄성의 구현이라면 비록 가공의 세계에서도 이 가치는 결코 변질 될 수 없다.

감독이 스릴러의 재주꾼임을 감안할 때보다 치밀한 구성과 세련미가 아쉽다.

그러나 '신장개업' 을 만드는 데 들인 공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3억여원을 들여 세트를 짓고 그곳에서 50% 이상을 촬영했다.

그래선지 장면구성에 일관성이 있는데다 배우들의 동선 (動線) 도 명확한 편. 리얼리티도 살아있다.

쌍시옷을 연발하며 '연기한다' 는 느낌을 감추지 못한 김승우를 제외하고 박상면.이범수 등 조역의 연기는 부분이 전체의 헛점을 덮어준다 할만큼 단연 이 영화의 최고 볼거리다. 5월 1일 개봉.

정재왈 기자

Note: "나도 한때 킬러가 꿈이었어. " (중화루 주방장 박상면의 말). 꿈도 꾸기 나름.

심영섭 : 작품성★★☆ 오락성★★★

이성욱 : 작품성★★ 오락성★★★

※★5개 만점,☆반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