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스포츠]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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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맑실 대표가 심학산 크로스컨트리 코스를 달리고 있다. [파주=김경빈 기자]

‘맑은 골짜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강맑실(53) 사계절출판사 대표는 마라톤을 한다. 100㎞도 달린다.

그는 2006년 5월 인천시 강화에서 열린 울트라 마라톤(81㎞)을 시작으로 2007년 10월 한강 마라톤과 올해 5월 강화 마라톤(이상 100㎞)을 13시간 안에 완주했다. 강 대표는 “주변 사람들이 ‘하루에 100㎞를 달리면 짐승이지 그게 사람이냐’고 말하지만 달리기는 제 삶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지요. 빠르게 걷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10분 정도 단잠을 자기도 하면서 즐겁게 달립니다”라고 말했다. 요즘도 그는 주중에 파주출판단지 뒤에 있는 심학산 크로스컨트리 코스를 뛰고, 주말에는 집이 있는 강화 일대를 3시간 이상 달린다.

강 대표는 2003년 중앙일보 주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10㎞를 완주하면서 마라톤과 인연을 맺었다. 격무에다 잦은 술자리로 위염·위궤양에 시달리던 때였다. “제가 평소에도 종종거리며 잘 달리는 걸 보고 남편 친구가 저 몰래 신청을 했어요. 10㎞를 완주하고 나서 어찌나 뿌듯하던지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완주했다’고 자랑했어요. 그게 인연이 돼 출판계 사람들끼리 마라톤 동호회를 만들어 ‘달림이’의 길에 들어섰죠.”

운동도 좋지만 너무 과하게 하면 중독이 되거나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싶었다. 강 대표는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괜찮아요. 가장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겁니다. 사람마다 자기 페이스가 있는데 저는 그걸 ‘몸이 부르는 소리’라고 말합니다. 몸이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즐겁게 오래 달릴 수 있지요”라고 했다.

강 대표는 마라톤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고 말했다. 자신의 페이스와 능력에 맞춰 완주 전략을 짜면서 한계를 깨닫고 겸손해지며, 세상 일을 길게 보고 여유를 갖게 됐다고 한다. 강 대표는 “저는 직원들을 절대 다그치지 않아요.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하면 나중에 포기하거나 굉장히 힘들어지거든요”라고 했다. 사계절출판사는 오랜 기간 준비하는 기획 출판으로 명성이 높다. 강 대표가 편집장 시절이던 1992년 출간한 『반갑다 논리야』시리즈는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300만 권 이상 팔렸다. 한국사를 신문 형태로 정리한 『역사신문』은 제작 기간만 4년이 걸렸다. ‘출판은 마라톤’이라는 강 대표의 철학과 끈기가 만든 역작들이다.

강 대표는 “내게 달리기는 명상하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처음에는 달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나중에는 머릿속이 텅 비는 무념무상의 경지가 된다는 것이다.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아무 생각 없이 뇌를 푹 쉬게 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 대표는 강조했다. 그러면 집중력이 훨씬 좋아진다는 게 그의 경험이다. “출판사 대표로서, 두 자녀의 어머니와 맏며느리로서 하루에도 수백 가지 생각과 판단을 하는데 힘들거나 짜증 내지 않고 할 수 있게 됐어요. 위염·위궤양도 씻은 듯 사라졌죠.”

매년 두 차례 풀코스를 뛰는 강 대표는 11월 1일 중앙마라톤에도 출전한다. 생태와 환경에 관심이 큰 그는 “마라톤 대회에 가 보면 1회용 종이컵 낭비가 너무 심해요. 각자 컵을 허리에 찬 색에 넣고 뛰다가 물을 마시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했다.

정영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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