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창설 50주년] 세계의 경찰로 색깔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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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제사회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창설 50주년을 맞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가 23~25일 워싱턴에서 50주년 기념식을 겸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나토는 당초 옛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는 집단안보동맹 성격으로 출범했으나 이후 냉전종식과 동구권 국가들 (폴란드.헝가리.체코) 의 회원국 가입 등 큰 변화를 겪었으며, 특히 최근의 코소보 사태로 인해 새로운 위상과 역할 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발등에 불인 코소보사태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는 물론 탈냉전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기구로의 변신 모색, '방어위주' 에서 '공격개념' 을 포함하는 신노선의 정립 등에 대한 논의가 심도있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일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21세기엔 나토가 회원국들을 침략으로부터 방위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보스니아와 코소보 같은 권역밖의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고 역설한 바 있다.

이는 나토의 역할을 '유럽의 경찰' 에서 '국제적 경찰' 로 활용하겠다는 뜻

이며, 필요할 경우 선 (先) 공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아무리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지만 세계 각 지역의 갈등이나 분쟁을 혼자서 떠맡기는 벅찬 만큼 그 부담을 나눠 지자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 등의 거부권과 복잡한 의결절차 때문에 미국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유엔의 역할과 기능을 나토라는 기구로 대체해보려는 속셈도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권위가 떨어지고 있는 유엔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러시아는 이미 나토의 영역확장과 독주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가 나토의 유고공습에 3차대전 발발 가능성까지 운위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나토 내부에서도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미국의 독주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나토의 역할 및 위상과 관련해서는 코소보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느냐가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나토의 유고공습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미국의 입지는 크게 좁혀질 것이다.

반대로 성공을 거둔다면 미국의 목소리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나토의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존한 기능 (機能)' 이라는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는 가운데 21세기에는 나토의 역할과 활동이 미국의 세계전략과 한 궤를 이루면서 군사안보동맹에서 점차 정치적 연대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토 50년 변천사

▶49년 4월 나토 출범, 미국.캐나다와 유럽 10개국

▶50년 12월 나토군 창설▶55년 5월 바르샤바조약기구 (WTO) 발족

▶66년 7월 프랑스, 나토 통합군사령부 탈퇴 (95년12월 복귀)

▶91년 7월 WTO 해체 ▶95년 12월 보스니아에 평화이행군 (IFOR) 파견 ▶97년 5월 나토.러,가입국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나토 확대 합의 ▶99년 3월 폴란드.헝가리.체코 3국 가입 (회원국 총 19개국) ▶99년 3월 창설 이후 주권국가 (유고연방)에 대한 첫 공격 단행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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