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맥짚기] '떴다방 유혹에 넘어가 누렇게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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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단 당첨만 되면 3천만원의 웃돈을 붙여 되팔아줄 테니 이번에 꼭 청약하세요. " 서울 역삼동에 사는 김순희 (여.41) 씨는 부동산중개업소의 말만 믿고 경기도 용인 수지 S아파트 41평형에 신청해 당첨됐다.

순전히 전매차익만을 노리고 청약에 나섰던 金씨는 당첨받은 아파트의 향 (向) 이 별로 좋지 않아 다소 찜찜했지만 그래도 2천만원은 능히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분양권을 팔아주겠다고 장담한 그 부동산업소를 찾았다.

그러나 그 부동산업자는 로열층이 아니면 원가도 받기 힘들다며 뒷꽁무니를 뺐다. 金씨로선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분양권을 팔지 못하면 당장 계약금을 내야 하는데 그럴 사정이 못되기 때문이다.

요즘 주택업체.수요자들이 분양현장을 찾아 철새처럼 이동하는 '떴다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택업체들은 분양촉진을 위해 떴다방의 영업을 은근히 부추겨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수도권의 일부 아파트 분양열기를 선도한 중개업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떴다방들이 시세차익만을 생각하고 분위기를 너무 달구어 놓는 바람에 거품을 의식한 수요자들의 눈길이 싸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요자들도 분양권을 비싸게 팔아주겠다는 떴다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파트 당첨을 통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몇천만원의 공돈 (?) 을 챙길 수 있다면 이는 고맙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떴다방의 달콤한 '돈버는 이야기' 의 피해자라는 게 중론이다. 큰 소리 탕탕치던 프리미엄은 알고보니 거품이었고 얼떨결에 신청했다가 비로열층을 분양받은 수요자는 이 아파트 처분 고민으로 밤잠을 못자는 신세가 됐다.

사실, 최근 수도권 인기지역의 프리미엄에는 이들 떴다방이 의도적으로 형성시킨 거품이 많이 들어있다는 분석이 대세고 일부 인기 평형을 제외하곤 웃돈을 생각조차 못할 입장이다.

분양권이 팔리지 않을 경우 중도금 등에 대한 주택자금 계획이 전혀 서있지 않은 수요자들로선 계약금을 떼이고 해약하거나 중도금을 연체하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중도금이 안들어오면 주택업체들도 자금압박으로 경영이 어려워지게 된다. 정부가 가격을 조작하고 투기를 부추기는 떴다방 일소에 나섰지만 이로 인해 주택시장이 다시 얼어붙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커 떴다방은 이래 저래 도움이 안된다.

이번 기회에 이들 부동산업자가 발붙일 수 없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요자들도 차제에 허황된 돈버는 이야기에 쉽게 휩싸이는 투자자세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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