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勞使충돌 말리기' 정부처방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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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일촉즉발의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노사정 (勞使政) , 고조되는 정부 - 재벌간 갈등, 그리고 일부 재벌의 자금난 설…. 감춰져 있던 시한폭탄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심각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폭풍전야 같다고나 할까. 당장 발등의 불은 19일로 예정된 지하철.데이콤 등 공기업 노조의 총파업이다. 결과는 두고봐야겠지만 만약 실행에 들어가면 그 파장은 엄청나다.

이들 대형 사업장의 동시다발적 파업은 가뜩이나 심각한 대량실업자의 불안.불만 심리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 본격적인 춘투 (春鬪) 로 이어지면서 사회.경제적 충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공기업 파업은 면한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재계마저도 "더 이상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겠다" 며 노골적으로 정부에 등을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노동계 설득도 버거운 판에 재계까지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타협점 찾기가 더욱 힘들게 됐다.

어쨌거나 파국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않을 뿐만 아니라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아가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이런 갈등의 1차적 책임은 물론 당사자에게 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꼬이게 된데는 눈치보기와 임시방편에 급급한 정부.정치권에 더 큰 책임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노사갈등은 타결 노력에 앞서 정부.정치권의 분명한 입장정리와 실행의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재벌을 겨냥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은 주춤하던 빅딜에 강한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물론 "5대 그룹도 워크아웃 (기업개선 작업) 대상" 이란 경고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발언의 시기.강도와 이어진 경제수석 등의 행보를 보면 정부가 단단히 마음 먹고 나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과연 장관이 협상 중재에 나설 정도로 깊게 개입하면서까지 빅딜을 밀어붙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나오는 데야 약점 많은 재벌로선 가시적인 성의표시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 (26일 이후) 까지로 시한이 못박혀 있어 이번 주엔 정부와 은행.재벌간에 치열한 물밑 협상과 신경전이 예상된다.

최대 현안인 반도체 가격협상은 19일 현대 - LG 회장 회동에서 윤곽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과연 대우가 일부의 불안심리를 불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낼지도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번주의 또 다른 관심사는 종합주가지수가 7백50선을 돌파할까 하는 것이다. 잠시 조정국면이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강하고, 재벌 구조조정과 노동계 움직임도 주가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왕기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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