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론지 '진보평론' 창간 기념 심포지엄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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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80년대 진보학계의 대표적 연구자들이 10년간의 숙면기를 거쳐 다시 모였다.

1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에서 학계.시민운동 등에서 활동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이론지 '진보평론' 창간 모임과 함께 대규모의 심포지움을 개최한다.

'진보평론' 은 올 8월말쯤 출간될 예정이다.

임시편집위원장은 김세균 (서울대.정치학) 교수가 맡았으며 임시대표로는 김진균 (서울대.사회학). 최갑수 (서울대.서양사). 손호철 (서강대.정치학)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약 2백여명에 이르는 참가자의 면면은 우리 사회에서 '진보' 를 자임하는 지식인 대부분을 망라하고 있다.

오세철 (연세대.행정학). 김수행 (서울대.경제학).신영복 (성공회대.경제학).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 교수 등 진보학계의 대부 (代父) 격인 학자는 물론 신인령 (이화여대. 법학).조희연 (성공회대.사회학) 교수 등 내로라하는 활동가들이 대거 포함되어있다.

특히 90년대 들어 문화적 접근으로 과거와 다른 전망을 모색해온 '신좌파' 지식인까지 집결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담론 정치학을 개척한 최정운 교수 (서울대.정치학) , 탈근대론의 입장에서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했던 이정우 교수 (전 서강대.철학) , 성적 담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해 관심을 모은 서동진씨 등이 대표적이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새로운 세력화를 기하게 된 것은 한국이 IMF관리체제 이후 노동자.민중운동에 대한 전통적 진보이론의 문제설정이 다시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 최근 기대를 모았던 개혁이 우경화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결국 진보학계가 '이념적 헤게모니' 를 되찾아 현재 개혁의 지배적 이념으로 자리잡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대척점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진보학계가 약화되기 시작한 것은 사회주의 붕괴와 정치권력의 형식적 민주화 등 국내외적 정치정세가 영향을 미친게 사실이나 이론의 과학화를 통해 현실의 변혁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전제가 한계를 드러낸 결과이기도 했다.

90년대 정치경제 권력 비판 대신 일상생활에서 작동하는 자본주의 권력에 대한 문화적 비판과 근대 이후 이성.과학에 대한 탈근대론적 비판도 다름 아닌 과거 진보이론의 대중적.실천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보인다.

문제는 변화된 현실에서 진보이론이 어떤 전망과 정체성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

'진보평론' 이 어떻게 진보적 지식인을 대표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진보의 정체성을 마련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울러 90년대 시도했던 새로운 진보적 대안들을 어떻게 실천적으로 자리매김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스스로 인정하듯 '계급문제로 환원되지 않는 사회제반 문제들' 에 대한 진보이론의 설득력 여하가 대중성.정치성 획득의 관건이 될 것이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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