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이 웃는이] 5.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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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 나라의 구강보건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는 영구치가 완성되는 12세 어린이의 평균 충치 수.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1.1이하는 수, 1.2~2.6은 우, 2.7~4.4는 미, 4.5~6.5는 양, 6.6 이상은 가다.

우리 나라는 72년 0.6개에서 95년 3.1개로 급증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낙후된 국내구강보건의 향상을 위해 무엇이 시급한지 구강보건 선진국들을 직접 찾아가 살펴봤다.

'요람은 국가가, 무덤은 개인이 (책임진다)' 12세 어린이 평균 충치 수가 한 개 이하로 세계최고수준의 구강보건을 자랑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국가가 제시한 모범답안이다.

19세 이하 연령에 생긴 치과질환은 모두 국가가 책임지는 반면 20세를 넘기면 스스로 부담해야한다.

근거는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 는 것. 치과의사의 절반이 공무원이며 월급이 정해져 있으므로 자연히 치료보다 예방에 주력한다.

스웨덴의 소도시 칼슈타트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79년 12세 어린이의 평균 충치수는 6.5개로 최하위 수준이었지만 현재 0.9로 스웨덴 내에서도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

칼슈타트 구강보건사업을 설계한 전 (前) 예테보리 예방치학과 페어 액셀슨교수는 "비결은 어린이 구강보건을 부모에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직접 책임진 것에 있다" 고 강조했다.

무료치료는 물론 어린이들의 구강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전산시스템까지 있다.

칼슈타트시에 거주하는 19세 이하 어린이.청소년 6만 명 각자의 치아상태를 단말기만 두드리면 몇번째 치아가 충치인지 순식간에 알 수 있다.

치과조무사를 초등학교에 배치한 것도 돋보였다.

칼슈타트초등학교에서 만난 치과조무사 커스티앙은 자신의 임무를 "어린이들의 치아상태를 점검하고 실란트 (치아홈메우기).불소도포 등 간단한 예방처치를 실시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매일 어린이들에게 이 닦기를 가르치고 치아상태를 수시로 점검해 조금만 이상이 발견되면 인근 구강보건소로 보낸다.

무조건 단 것을 먹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도 특징. 핀란드 투르크시 구강보건소장 안나 에릭슨박사는 "자일리톨 등 치아를 썩지 않게 하는 당분을 과학적으로 개발해 이를 첨가한 간식을 권한다" 고 말했다.

미국은 이동진료차가 학교를 돌며 어린이들의 치아를 돌본다.

미국 메릴랜드주 구강보건국장 해롤드 굿맨박사는 "어금니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는 6세 전후 어린이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실란트를 무료시술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어린이 1명당 어금니 4개에 15달러의 주 정부 예산을 쓰고 있지만 충치예방효과를 감안하면 경제적으로도 수십 배의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 볼티모어카운티 치과의사 일레인박사는 "이동진료차는 진료에 무관심한 저소득층 자녀를 효과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일본도 어린이 구강보건에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도쿄치대 위생학 다카시 마추쿠보교수는 "1.5세와 3세에 후생성에서 의무적으로 구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으며 어린이 불소도포 등 치료보다 예방을 위한 시술에 대해선 92년부터 의료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일본의 특징은 교육을 담당하는 문부성도 나서고 있다는 것. 충치예방추진 지정학교를 선정해 담임교사가 직접 어린이들의 이 닦기를 독려하고 있으며 문부성이 지정한 학교치과의사회 치과의사들이 의무적으로 한 해 두 차례 학교를 방문해 무료로 구강검진을 벌인다.

칼슈타트.투르크.도쿄.볼티모어 = 구강보건취재팀

<구강보건해외취재팀> 일본.뉴질랜드 = 유지상 기자, 미국 = 최지영 기자, 스웨덴.핀란드 = 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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