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정보 막는 인터넷 청정해역 10대 방송국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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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안녕하세요. 새 학기에 만난 새 친구들과도 친해졌을 만한 시간인데 한주동안 잘 보내셨어요? 그럼 이번주 토요스페셜 출발하겠습니다. "

지난 10일 토요일 오후 5시 서울중구신당동 청구초등학교 방송실에 마련된 작은 스튜디오. 방송기기를 조작하는 강동선 (姜東先.17.서울 잠실고3) 군이 신호를 보내자 아나운서 김영성 (金榮星.16.서울 이대부고1) 양이 오프닝 멘트를 읽어 내려갔다.

이렇게 제작된 방송은 방송실 한켠에 마련된 컴퓨터를 통해 동영상 파일로 바뀐 뒤 인터넷에 생중계된다.

음란물이 판치는 인터넷. 그래서 유해정보를 막기 위한 장치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는 요즘 자신들의 얘기를 담은 사이트를 만들겠다며 청소년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8월 개설돼 하루 5백여명이 찾고 있는 한국청소년인터넷방송국 (KYBC) 홈페이지 (http://www.koreayouth.org) 를 가꾸고 있는 중.고생들이 그들. 이 사이트는 문화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마을이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운영한다.

방송실은 청구초등학교에서 빌려 사용한다.

아나운서 金양을 비롯, 각각 카메라.음향기기.구성작가.리포터 등을 맡은 서울지역 중.고생 7명은 1주일동안 준비한 내용들로 매주 토요일 생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이들은 방송을 위해 방과 후 짬을 내 직접 카메라를 메고 거리에 나가 청소년들을 인터뷰하고 생방송에 출연할 초대손님을 선정하기도 한다.

토요 생방송 외에도 이 사이트엔 '대학로의 춤문화' '신세대 미팅 풍조' 등 청소년들이 재미있어 할만한 동영상물이 실려 있다.

또 부산.광주.대전 등 전국 12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고생 5백여명은 해당 지역에서 '학교탐방' 이나 '유적지 답사' 등을 만들어 보내온다.

요즘 청소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연예가 소식. 그래서 인기그룹 H.O.T가 신곡을 발표했을 때는 기획사에 끈질기게 부탁, 뮤직비디오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고 매주 생방송에선 학생들의 투표를 받아 '가요 베스트10' 을 발표한다.

또 '성폭력 예방 비디오' 나 '교육정책 담당자 인터뷰' 등 실용적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전국에서 새로 뽑힌 1천여명의 학생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요즘엔 거의 모든 청소년이 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음란물을 비롯한 해로운 정보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들의 얘기로 재미있게 꾸며진 사이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

아나운서를 맡고 있는 박전수 (朴田秀.서울 경성고3) 군은 이 사이트가 청소년들이 편안히 들렀다 가는 쉼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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