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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이근배 시조 '주묵화' 3수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둠을 갈고 어둠을 갈다 보면

검은 먹빛 속에 피가 스밀 때가 있다

백성의 타는 뜻일랑 붉은 먹으로 쓴다

흰 창호지에 나도 산수도 붉은 빛깔이다

댓돌 밑에 엎드려 삼 년을 울어도

왕조의 크나큰 아픔을 누가 값하랴

- 이근배 (李根培.59) 시조 '주묵화' 3수 중

다산 정약용에게는 시와 인문.사회과학의 큰 사상체계 말고 그림도 있어야 했다.

수묵 문인화인데 그 중에서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주묵 (朱墨) 이다.

시와 시조에 능한 이근배가 거기를 지나치지 않고 노래하니 어둠 끝에 태어나는 붉은 빛깔이 한창이다.

여기 백성의 타는 뜻은 백성에 대한 타는 뜻이기도 하겠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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