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갈고 어둠을 갈다 보면
검은 먹빛 속에 피가 스밀 때가 있다
백성의 타는 뜻일랑 붉은 먹으로 쓴다
흰 창호지에 나도 산수도 붉은 빛깔이다
댓돌 밑에 엎드려 삼 년을 울어도
왕조의 크나큰 아픔을 누가 값하랴
- 이근배 (李根培.59) 시조 '주묵화' 3수 중
다산 정약용에게는 시와 인문.사회과학의 큰 사상체계 말고 그림도 있어야 했다.
수묵 문인화인데 그 중에서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주묵 (朱墨) 이다.
시와 시조에 능한 이근배가 거기를 지나치지 않고 노래하니 어둠 끝에 태어나는 붉은 빛깔이 한창이다.
여기 백성의 타는 뜻은 백성에 대한 타는 뜻이기도 하겠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