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증시 상승 대세…기대수준은 낮춰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주는 증시 활황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그룹의 주가조작 의혹과 대한종금의 영업정지가 터져나왔다.

최근 주가는 몰려드는 돈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의 모습을 보이면서 거침없는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그 속도에 일부에서 과열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기술적으로도 그런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소폭 조정은 몰라도 당분간 현 장세추이가 이어지리라는 데에 대해 토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무엇보다 현 주가상승의 기본 토대인 저금리와 그에 따른 자금의 증시유입이란 여건에 변화가 일 것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재경부장관과 한은총재의 발언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일부에서 증시과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던 지난 8일 거의 동시에 ▶국내경기는 이제 겨우 살아나는 수준이며 ▶현재는 인플레보다 디플레 압력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고 ▶부동산 청약열기는 국지적 현상이며 증시는 과열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7일 금융통화위원회 내부논의에서 "저금리하에서 주식.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지 않도록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는 의견이 주조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왔음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고 시가총액이 팽창된 시점에서 기대수준은 낮춰야 한다는 것만큼은 염두에 두자. 현대그룹 일부 계열사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의혹도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이 문제는 반도체 빅딜이라는 민감한 사안의 주체격인 현대전자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압박이 예상되던 민감한 시기에 터져나왔다는 데서 단순한 주가조작 의혹 이상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지난해 8월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금감원은 6개월이 지난 2월에야 조사에 착수했고 최근 이를 '흘리듯' 발표했다.

금감원은 인력부족을 조사 지연의 이유로 대고 있다. 하지만 조사 순서야 금감원이 정하기 나름이란 점, 거래소가 의뢰할 경우 늦어도 3개월이면 조사에 들어간다는 관례, 또 현대계열 주식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한다면 금감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그동안 조사.발표를 미룬 것이나, 현 시점에서 발표한 것이나 모두 어떤 '의도' 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바로 그 때문에 요즘 재차 강조되는 재벌구조개혁와 관련한 '압박용' 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며 이는 감독당국이 자초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종금 영업정지는 앞으로 금융시장에 미칠 적잖은 후유증과 함께 모기업과 계열 금융기관이 대출과 출자로 서로 물려있는 구조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박태욱 경제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