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이버 주식투자'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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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컴퓨터를 이용한 사이버 주식투자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지난 97년 5월 처음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사이버 계좌수는 지난 2월말 현재 31만6백6만계좌로 전체 증권계좌의 7.6%를 차지하며, 거래금액은 연간 10조원대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규모다.

증권업협회가 대우. 현대. LG. 대신. 삼성. 동원증권 등 6대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이버 거래의 비중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현재 전체 주식거래의 4.76%였다. 지난해 1월의 1.21%에 비해선 4배 가량 늘었다. 주문건수로 따지면 12%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오는 7월부터 전자거래 관련법이 시행되면 증권사 지점을 찾지 않고도 인터넷만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이버 시장의 규모가 수년내 1백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 시장 선점 경쟁 =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사간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사이버 거래때 수수료를 50% 싸게해주는 등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세종증권은 업계 최초로 컴퓨터를 이용한 주식거래 수수료를 50% 인하했다. 그다음 신흥증권이 올들어 주식을 포함 선물.옵션거래의 경우에도 수수료를 50% 내렸고, 동부증권도 지난 2월 수수료 인하경쟁에 가세했다.

이밖에 신한. 한양. 유화. 교보. 일은증권도 사이버 거래 수수료를 50% 낮추며 고객 유치전에 나섰다. 아직 수수료를 낮추지 않은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도 결국은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행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형사들은 사이버 거래 수수료를 내릴 경우 자칫 기존 고객이 사이버 거래로 몰리면서 전체적인 수수료 수입이 감소될 것을 우려, 아직 수수료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대신 종목분석 자료 등 다양한 정보를 자사 웹사이트에 올려, 고객들을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 무선단말기도 인기 = 인터넷이나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사이버 거래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컴퓨터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바로 휴대용 무선 증권주문 단말기다.

전자수첩 크기의 단말기로 관심있는 종목의 주가를 점검해 그자리에서 단말기로 주문을 낼 수 있어, 컴퓨터를 이용한 거래 보다 훨씬 편리하다.

대우증권이 지난해말 무선 단말기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이래 세종.한양.신한.LG증권도 잇따라 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종.한양증권은 무선단말기를 통한 거래의 수수료를 30% 인하했다. 또 세종증권은 1천만원 이상 주식투자 자금을 맡긴 고객에게는 무료로 단말기를 나눠주고 있다. 다만 이용은 무료고 주식을 매매할 때만 거래 수수료를 내는 인터넷과 달리, 무선단말기는 별도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이용료는 한달에 1백건 이하의 주문을 낼 경우 2만원이고, 1백건이 넘으면 한건당 20원씩이 추가된다. 또 단말기의 가격은 13만2천원이고, 서비스 가입비로 5만원을 내야한다.

◇ 앞으로 전망 = 빠르면 올해안에 인터넷 영업으로만 승부하는 사이버 증권사가 국내에 등장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사이버 주식거래 수수료는 더욱 낮아지고, 제공되는 서비스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주식거래 전문회사인 이트레이드 (E*Trade) 사는 지난해 이미 국내 진출을 선언하고 현재 주요 증권사들과 합작 의사를 타진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인터넷 마케팅 전문업체인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가 인터넷 증권사 설립을 적극 검토중이다.

골드뱅크는 주식매매 중개는 물론 기업공개나 주식공모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방침이다. 동원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은 위탁매매 전문의 사이버 증권사 설립을검토중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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