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골프.스키장건설 몸살…무더기 승인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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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설악산 등 전국 국립공원 8곳에 골프장과 스키장 등 모두 3백65만5천여평 규모의 레저시설 조성사업 승인이 난 것으로 드러나 국립공원 훼손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4배, 경기도 일산 신도시의 1.4배에 이른다.

또 북한산 우이동.다도해상 명사십리 등 18곳 7억3천8백만평에는 대규모 집단시설지구가 조성 중이거나 착공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31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회장 鄭洪植) 이 내놓은 '국립공원 구역조정과 개발사업의 문제점' 이란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0년부터 96년 6월까지 설악산.덕유산.치악산.가야산.태안반도.계룡산 등 6곳에 골프장을,치악산과 덕유산 등 2곳엔 스키장 승인을 해줬다.

이중 쌍방울리조트는 이미 덕유산 골프장과 스키장을, 유성컨트리는 계룡산 골프장을 열어 영업 중이다.

나머지 골프장 4곳과 스키장 1곳도 곧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은 96년 6월까지는 문화체육부의 '체육시설 설치에 관한 법률' 이 적용돼 각 시.도가 세수확보와 지역개발 명목으로 골프장.스키장 승인을 마구 내줬기 때문에 빚어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방자치 시대에 도내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골프장 승인을 내줬다" 고 말했다.

정부는 환경단체들이 환경훼손 문제를 제기하자 96년 7월에야 국립공원에 골프장.스키장 건설을 금지하는 내용의 자연공원법을 개정, 이때부터는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승인이 떨어진 국립공원의 경우 사업자가 골프장 등을 건설해도 현행법으론 막을 길이 없는 실정. 환경부 박희정 (朴熙定) 자연공원과장은 "자연공원법 소급 적용이 안돼 환경부도 난처한 입장" 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또 18개 국립공원에 청소년수련원.온천.숙박촌 등 대규모 집단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하천과 산림을 크게 오염시킬 것으로 경고했다.

설악산의 경우 이미 백담계곡.오색천.한계천 등에 휴게소와 산장 등이 들어서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의 모임 이장오 (李長五) 부회장은 "공원에 골프장 등이 들어서면 산림훼손.수질오염이 불가피하다" 며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국립공원 구역조정 실사작업 때 승인사항을 보류하는 법적 검토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고 말했다.

李부회장은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국립공원 구역조정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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