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공사 구조조정 인력감축 놓고 극한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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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지하철공사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의 이견 대립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반발, 노조는 다음달 중순 전면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 배경 = 노사간 대립은 서울시 시정개혁위원회가 지난달 2일 정원감축과 정년 단축 등을 골자로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면서 표면화됐다.

이후 노사는 구조조정안을 바탕으로 두 차례 협상 (2월 12일, 3월 3일) 을 시도했으나 견해차가 워낙 커 협상은 곧 결렬됐다.

노조는 곧바로 "서울시가 배후에서 노사의 원만한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 며 고건 (高建) 시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 와중에 노조의 대자보를 뜯었다는 이유로 공사 직원을 집단폭행한 노조원 3명이 직위해제되는 사건도 발생, 감정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노조는 지난 26일 조합원 86.3%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 쟁점 =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노사는 근본적인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석치순 (石致淳) 노조위원장은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공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한다" 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손장호 (孫長鎬) 지하철공사 사장은 "더 이상 미루면 노사가 공멸한다" 며 구조조정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구조조정의 방향에 대해 공사는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도입해야 경쟁력과 서비스가 살아난다" 는 주장을 펴지만 노조는 "공공사업장인 지하철이 고용보장에 앞장서고 공익성을 강화해야 한다" 는 입장이다.

노사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사안 중 하나는 인력감축. 공사측은 외부기관 경영진단을 통해 2001년까지 2천78명을 감축, 비대한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역무분야의 비효율적인 4조3교대제를 3조2교대제로 전환하고 업무 집중도에 따라 12~56시간의 탄력근무제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근무시간 단축을 통해 1천4백2명을 오히려 증원해야 한다" 며 현행 주 44시간을 40시간으로 감축,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자고 맞서고 있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지하철 공사와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의 통합 여부에 대해 공사측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먼저 정리한 뒤 통합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는 입장. 이에 대해 노조는 "선통합 후개혁" 으로 맞서고 있다.

2차 협상의 결렬을 초래한 2가지 쟁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기본급 대비 연간 2백50% 지급되던 체력단련비를 연말에 성과급으로 최고 3백%까지 차등 지급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노조는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또 기획예산위 방침대로 대학생 자녀에게 무상 지원돼 온 학자금을 무이자 융자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노조는 "단체협약대로 지급하라" 고 요구하고 있다.

◇ 전망 = 공사와 서울시는 노조의 파업 돌입을 기정 사실화 하고 비상수송대책 점검에 들어갔다.

반면 노조측은 "서울시가 다음달 7일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준법투쟁에 들어갈 것이며 다음달 중순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총파업을 강행하겠다" 고 밝혀 최악의 경우엔 지하철이 멈춰서는 사태도 예상된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신대균 (申大均) 사무총장은 "공기업인 지하철이 사실상 주인인 시민을 배제한 채 노사 대결로 멈춰서서는 안된다" 며 "이제라도 양측이 공인하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파국' 을 피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도시연대 최정한 (崔廷漢) 사무총장은 "지하철 구조조정이 승객 수요, 서비스 개선 문제 등에 대한 밑그림 없이 인력감축 위주로만 추진되고 있다" 면서 "서울시도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 말했다.

장세정.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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