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당, 사안 따라 다른'짝짓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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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4당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관련 국민대토론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민련 류근찬 정책위의장,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 민주노동당 심상정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이상열 원내부대표. 조용철 기자

16일 오전 9시30분 국회 기자회견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원내수석부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 민주당 이상열 원내부대표, 류근찬 자민련 정책위의장이 함께 한 자리였다. 그는 "오는 19일 야4당 공동 주최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연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참가를 거부한 열린우리당에 대해선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이를 지켜보던 국회 관계자는 "이념성향이 다른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공조하는 모습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다른 사안을 놓고서는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제안한 과거사진상규명 문제를 둘러싸고는 열린우리당과 민노당.민주당이 취지에 동감을 나타내면서 같은 편이 됐다. 한나라당은 고립된 형국이었다.

여야 4당이 펼치는 '정치학'에는 정형이 없다. 사안별로 서로 공조와 견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공조' 펼치는 야당=경제.민생 분야에선 한나라당과 민노당.민주당.자민련 등 야4당의 공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야4당은 지난 7월 개원한 17대 첫 국회에서 예결위 상설화를 위해 힘을 합쳤으나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반대로 실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를 두고 민노당은 "우리가 최초로 정치력을 발휘한 사례이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경제난과 관련한 야4당의 공조도 튼튼한 편이다. 19일 열릴 국민대토론회에선 노무현 정부의 무능에 대한 집중 포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야4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사력을 다해 추진 중인 수도 이전에 대해선 야당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다. 한나라당과 민노당.민주당은 수도 이전을 반대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국회 특위구성 등을 통해 따지자는 제안을 민노당은 거절했다. 한나라당과의 공조가 지나칠 경우 민노당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정치공조' 전개하는 여당과 제2, 제3 야당=정치분야에선 여당과 민노당.민주당이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모양새의 공조를 시도하고 있다.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을 비롯한 과거사 정리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과 제2, 제3 야당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서도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공조가 정기국회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념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두 당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사안별 견제와 공조 왜 일어나나=17대 총선이 끝났을 땐 한나라당과 민노당의 공조를 예상하는 관측이 별로 없었다. 이념성향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국회가 열리자 두 당의 사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곧잘 공조하는 까닭은 원내 과반수를 장악한 열린우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추구하는 비전과 이념이 워낙 달라 양당의 공조가 오래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드물다.

김정욱.고정애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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