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서울 온 데일리 美상무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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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제위기 극복의 파트너인가, 대한 (對韓) 통상 압력의 선봉장인가. 25일 밤 내로라하는 미국 재계 인사 16명으로 이뤄진 투자사절단을 이끌고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한 윌리엄 데일리 (50) 미 상무장관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도착 즉시 철강.반도체.사회간접자본.스크린 쿼터제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통상현안의 해결을 강도높게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공격적인 통상압력으로 '면도날' 로까지 불렸던 칼라 힐스.샬린 바셰프스키 등으로 대표되는 미 무역대표부 (USTR) 의 강경파들과 달리 워싱턴 통상전문가들 사이에서 온건파로 꼽혀온 인물.

최근 양국간 현안이 되고 있는 철강과 관련해서도 대미 수출증가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최근 미 의회가 제출한 철강수입 쿼터법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데일리 장관은 아버지와 형이 시카고 시장을 오래 역임한 명문가 출신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로펌인 메이어.브라운 앤드 플랫사 등에서 오랫동안 기업 변호사로 활동했다.

84년부터 민주당 선거캠프에 몸담아 먼데일.듀카키스 후보 지원에 이어 92년 클린턴의 최측근 선거전략가로 활약하며 그를 당선시켜 미 정가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97년 유고에서 사망한 브라운 장관의 뒤를 이어 상무장관에 취임했다.

주덕영 (朱德永) 전 주미 상무관은 "워싱턴에서 한국경제를 좋게 보는 시각을 가진 몇 안되는 '친한파' 중의 한 사람" 이라고 평했다.

이번 투자사절단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방미시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업체 선정도 상무부가 정부 공고를 통해 한국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을 엄선했다는 후문이다.

"IMF위기 이후 한국 방문이 세번째지만 매번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는 데일리 장관은 "지금이야말로 한국 경제에 관심있는 미국 기업들을 데려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라며 한국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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