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괴선박 도주 방치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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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당국이 지난 23일 영해를 침범했던 괴선박 2척의 도주를 일부러 방치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대응이란 지적이다.

내부적으로 군비 재무장론을 부추기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란 의심도 떨치기 힘들다.

일본 야당은 25, 26일 연이어 국회에서 대정부 추궁에 나섰다.

사토 미치오 (佐藤道夫) 참의원 의원은 "정부의 대응은 처음부터 나포할 의지가 없고, 어떻게든 도주하라고만 하는 자작자연 (自作自演)" 이라고 꼬집었다.

발견 순간부터 북한 선박임을 사실상 확인한 당국이 서둘러 대응하지 않고, 퇴로를 열어주면서 자위대가 발포하는 상황까지 연출했다는 것이다.

일본당국이 북한 선박이라고 공식확인한 것도 괴선박이 북한 청진항에 도착한 지 한참 지나서다.

괴선박을 잡지 않고 정체를 베일에 가려두는 것이 정치.군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석연치 않은 대목은 괴선박이 영해에 있을 때 해상자위대에 해상경비행동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 일본 언론들은 23일 오전 6시42분쯤 괴선박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공식발표와 달리 자위대가 이미 21일 괴선박의 영해 침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자위대는 21일 오후 특수 무선내용을 감청한 주일 미군으로부터 괴선박에 관한 정보를 받고 대잠초계기 P - 3C와 공중조기경보기 E2C를 동해상에 급파했다.

정작 경비행동명령이 발동된 것은 괴선박이 일본의 항공식별권 밖으로 빠져나가기 직전인 24일 새벽. 도쿄 군사 소식통은 '늑장 대응' 에 대해 "주변 유사시 자위대의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해 보았다는 인상을 준다" 고 말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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