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헬리콥터 탈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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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알렉상드르 뒤마가 '몽테 크리스토 백작' 이라는 명작소설을 쓴 것은 프랑스 행형 (行刑) 제도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프랑스에서 처벌방식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운동이 일어나면서 종래의 공개고문이 폐지된 것은 1791년이었다.

그와 함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이 감옥이었다.

과잉규제의 형벌체제로 바뀌면서 4만여명이 감옥에 갇혔는데 그 숫자는 국민 6백명당 1명꼴이었다.

물론 그 가운데 상당수는 무고한 사람들이었거나 죄질이 경미한 범법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개고문시대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뒤마 소설의 주인공 당테스 같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뒤마는 지중해 절해고도의 샤토디프 감옥에 갇힌 무고한 당테스로 하여금 14년간의 치밀한 준비 끝에 탈옥에 성공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탈옥이 크게 성행하다 1830년 공개고문이 부활한 것도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당테스의 탈옥과 복수는 독자로 하여금 쾌재를 부르게 하지만 현대사회의 탈옥수들은 거의 모두가 흉악한 범죄자들이거나 조직범죄자들이다.

그들은 대개 신출귀몰의 방식으로 탈옥을 감행한다.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차례나 감쪽같이 탈옥에 성공한 프랑스의 강도살인범 자크 메슬린은 '탈옥의 명수' 로 불릴 만한 인물이다.

77년 20년형을 선고받고 탈옥이 불가능하다는 라 상테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교묘하게 탈옥한 지 2년 뒤 경찰의 총격으로 죽었지만 탈옥에 관한 한 그는 아직까지 전설적인 인물로 남아 있다.

'어떤 감옥이라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 탈옥할 수 있다' 는 게 메슬린의 '지론' 이었지만 그의 지론대로 그 뒤 라 상테 교도소에서는 헬리콥터를 이용한 탈옥사건이 발생했고, 그를 소재로 한 영화 '상테' 가 제작되기도 했다.

한데 엊그제 호주의 한 교도소에서 그 상황이 똑같이 재연 (再演) 돼 화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테' 에서는 헬기 조종사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던 반면, 호주에서는 아내가 관광헬기 조종사를 위협해 교도소로 향하게 했다는 점이니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셈이다.

우리에게도 신창원과 같은 불세출 (?) 의 탈옥수가 있지만 탈옥수의 문제는 그들이 대개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들로서 선량한 시민들에게는 위협적 존재라는 점이다.

더욱 기상천외의 탈옥방식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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