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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위기 우리탓이요' - 서울대 교수들 반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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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대 인문대 교수들이 최근의 인문학 퇴조 분위기와 관련,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인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룩할 것을 주창하고 나섰다.

인문대 교수들은 최근 본부에 제출한 '인문대학 발전계획안' 에서 인문학이 지나치게 세분화된 전공과 전공간의 높은 장벽으로 말미암아 실천적 면모를 상실했다고 솔직하게 자인했다.

이들은 또 인문학 교육이 그동안 학자양성에만 초점을 둔 탓에 현대 민주사회가 요구하는 다원적인 지도자 양성이라는 임무를 소홀히 했으며 새로이 등장한 영상매체에 대해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도 않아 급변하는 문화환경에 뒤처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인문대의 가장 중요한 교육적 책무인 교양교육을 태만히 해 인문학 전체의 불신을 자초한 점도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인문대 교수들은 이같은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문학 연구원 설립.대학원 협동과정 신설.국학연구 인력 집중육성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 선진국과 같이 어문학과를 문화학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이같은 자성은 최근 각 대학들이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서 인문학 자체가 고사 (枯死)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의 반영. 학부제가 확대되는 과정 속에서 상대적으로 '배고픈 인문학' 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격감하는 추세를 보여 재정지원 등 정부의 정책적 배려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결과는 극히 불투명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의 경우 당초 교육부가 지원키로 한 연구중심대학 육성자금이 전부 이공계 쪽으로만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며 일부 교수들은 구조조정 반대 서명운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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