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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 … 썰렁 … 옛 동사무소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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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옛 서울 잠실1동사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송파어린이도서관에서 주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김태성 기자]


2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제2동 주민자치회관. 지난해 5월 천호 2동과 4동이 통합되면서 빈 건물로 남게 된 옛 ‘천호4동 주민센터’가 자치회관이란 이름으로 간판을 갈아 달았다. 새마을문고·다목적실·공부방으로 꾸며져 있지만 이용객이 없어 한산한다. 2층짜리 건물에 하루 평균 드나드는 주민은 40여 명. 서예·요리를 비롯한 문화강좌를 듣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강좌가 없는 날에는 아무도 찾지 않아 썰렁하다. 노래교실은 ‘시끄럽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문을 닫았다. 한상수(37·자영업)씨는 “청소년들이 많은 동네인 만큼 청소년 복지시설로 활용하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서대문구의 경우 창천동과 대신동이 합쳐지면서 옛 창천동사무소는 창천동 자치회관이 됐다. 10여 개 문화강좌가 개설됐지만 노래·댄스 등 다른 지역과 흡사한 프로그램 일색이다.

서울시는 2007년 5월부터 시내 동(洞) 통폐합에 착수, 현재까지 94개 동이 사라졌다. 동사무소로 쓰이던 94개 건물들 중 83곳은 주민 편익시설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리모델링을 마친 36곳 중 절반 이상은 자치회관이 됐다. 하지만 구로구 개봉1동·금천구 독산본동·동대문구 전농2동의 자치회관을 포함해 많은 곳에서 노래나 서예교실·요가 등 지역 특색을 살리지 못한 문화체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 리모델링을 계획중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시설이 되지도 못하고, 일반 주민들의 갈증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동구 자치행정과 정용식 팀장은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활용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지역특색을 잘 살려 동네명물이 된 곳도 있다. 잠실 1동과 4동이 합쳐지며 옛 잠실1동사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송파어린이도서관에는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드나든다. 장서 3만9000여 권 중 하루 1만 권 이상이 대여·반납된다. 이곳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김정인(31·주부)씨는 “아이가 이곳을 좋아해 다니던 미술학원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송파구가 25개 자치구 중 인구가 68만 명으로 가장 많은데도 도서관이 4곳밖에 안 됐다는 점에 착안한 변신이다.

마포구의 옛 서교동사무소는 ‘홍대 앞’이라는 지역 특성을 살려 서교예술실험센터로 변했고, 광진구에선 노인인구가 많은 점을 감안해 노인건강지원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오동훈(도시행정과) 교수는 “문화 프로그램은 치매노인이나 청소년 지원 등 복지시설 운영에 비해 비교적 운영이 쉽다”며 "옛 동사무소 건물이 주민들 에게 혜택이 가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자치회관=2007년 동 통폐합이 추진되면서 쓸모가 없어진 옛 동사무소 건물은 주민 편익시설로 바뀌게 됐다. 많은 구청에서 ‘자치회관’이란 이름을 붙였다. 리모델링 비용은 서울시가 건물당 10억원씩 지원했다. 평균 연간 1300여만원의 운영비는 구청에서 댄다. 공무원 1~2명이 상주하며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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