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람, 그리고 금빛 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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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온 ‘스페니쉬 브라스러 메탈’금관 5중주단은 편안한 무대 매너와 스페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15일 오후 7시30분 제주 탑동 해변공연장. 차량 진입이 통제된 왕복 4차로 도로를 따라 참가단체의 피켓을 앞세운 브라스밴드들이 줄지어 도착했다. 외국인 연주자들이 거리에 늘어서 박수를 보내는 시민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면서 손을 흔들었다.

지난 12일 개막한 제9회 제주국제관악제의 하이라이트는 광복절 저녁 한라체육관에서 탑동 해변공연장까지 1시간30분에 걸쳐 펼쳐진 시가 행진이다. 육.해.공 3군 군악대와 독일 퓔렌도르프 관악대 등 13개국에서 온 71개팀, 3605명이 모두 피켓을 앞세우고 제주 중심가를 누볐다. 퍼레이드 후엔 제주 페스티벌 밴드(지휘 이동호)의 환영음악회가 이어졌다. 계단식 객석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불꽃놀이를 곁들인 '한국 환상곡'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앙상블 축제, 국제관악콩쿠르는 물론 제13회 아태관악제까지 동시에 유치한 올해 행사는 예년에 비해 풍성했다. 스페인의 '러 메탈'등 유럽과 미국에서 온 금관 5중주만도 7개. 제주 문예회관대극장, 한라아트홀, 천지연폭포 야외공연장 등 모두 네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이 열리고 있다. 개막 공연에서는 서귀포 시립관악단(지휘 양경식).인천 연수구립 관악단(지휘 이종관)의 합동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명실공히 제주가 아시아 관악(管樂)의 메카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10년째 거의 연중무휴로 행사 준비에 매달려온 제주 관악인들의 열정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값진 수확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행사 내용에 비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해변공연장은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데 반해 수용능력이 부족해 잔디석 등 확장 공사가 시급하다.

제주국제관악제 고봉식 위원장은 "내년부터는 관악제가 끝난 8월 하순에 제주페스티벌밴드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날레 앙코르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국제관악제는 20일까지 계속된다. (www.chejusbf.or.kr)

제주=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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