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사실상 국가기구로…법무부 간섭없이 독자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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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2일 당정간에 최종 합의된 국민인권위 설립방안은 인권위의 위상을 국가기구로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국가기구적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법무부와 인권단체간 이견의 절충점을 찾았다.

이는 직원구성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공무원이 파견되고 민간인 직원에게는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보장을 해 시정권고권과 자료제출 요구권을 부여한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또 '인권위 직원들의 공무원 신분 보장' 주장을 한 걸음 물러선 대신 인권위가 법무부장관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공무원을 파견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타협안을 얻어냈다.

또 지난 1년동안 여섯차례 당정회의와 3차에 걸친 수정작업을 거치면서 논란이 계속 됐던 예산편성과 인권위원 임명 등에 있어 법무부의 간섭 여지를 배제한 것도 인권단체의 성과로 꼽힌다.

법무부는 지난 5차 회의 때까지도 인권위 예산을 국고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면서 예산편성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의견제시권을 허용해 간접적으로 예산통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종안에서는 예산을 정부 출연금과 민간 기부금 만으로 충당토록 하고 법무부장관의 의견제시권을 없애 사실상 독자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9명의 인권위원과 관련, 지금까지 법무부가 고수해온 법무부장관의 추천권을 국무총리가 대신 행사토록 했다.

특히 인권위 정관 개정 때 법무부로부터 사전 인가를 받도록 한 부분을 삭제한 것도 의미가 있다.

인권위가 각종 의문사를 조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인권위의 조사대상에 수사기관이 아닌 정부기관의 인권침해행위를 추가하고 불법 압수수색 및 사람을 사망.상해에 이르게 한 행위를 포함시킨 것이다.

인권위에 시정권고권과 자료제출 요구권을 부여하고 인권위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 방해죄와 동일한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인권위의 강제력을 보장한 것이다.

그러나 한계도 눈에 띈다.

인권위의 시정권고에 대해 '성실히 존중한다' 는 선언적 규정만 있고 강제력을 부여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시정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제재방법이 없는 것이다.

위원 선임과 관련한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의 협의도 눈에 거슬린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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