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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플] 로커비사건 해결 만델라 남아공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넬슨 만델라 (81)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 국제분쟁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11년간 끌어온 로커비사건 해결에 성공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지난 88년. 스코틀랜드의 로커비 상공에서 미국 팬암 여객기가 폭발, 2백70명이 희생됐다.

이후 미.영은 압델 바셋 알메그라히 등 리비아인 2명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리비아는 이에 강력히 반발, 갈등이 계속됐다.

최근 리비아를 방문중인 만델라 대통령은 지난 19일 리비아 정부가 로커비 사건의 용의자 2명을 다음달 6일까지 유엔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만델라 대통령은 리비아 의회연설에서 "리비아는 용의자 2명이 유엔의 감독아래 스코틀랜드 감옥에서 복역한다는데 동의했다" 고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리비아측이 유엔에 보낼 인도일정 등이 담긴 서한을 읽어 나갔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상황이다.

이 장면은 TV를 통해 리비아 전역에 생중계됐다.

파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도 만델라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로커비사건의 용의자들은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 (ICJ) 의 법정에 서게 됐다.

만델라의 중재결과에 대해 영국 총리실은 "정의가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며 환영했다.

세계 각국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만델라 대통령의 잔여임기는 2개월여. 지난 94년 백인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 (인종분리정책) 를 종식시킨 뒤 당선된 첫 민선 대통령인 만델라는 오는 6월 2일 총선 이후 은퇴할 예정이다.

물론 그가 다시 출마할 경우 재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그는 "젊은이들에게 책임을 넘겨주고 손자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싶다" 며 고사했다.

만델라는 퇴임후 세계의 '평화 중재자' 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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