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뒤 남한 절반은 겨울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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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100년 내 서울과 대전을 포함해 남한의 절반가량이 아열대 기후 지역으로 바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상청 기후감시센터는 6일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71~2100년에는 한반도 기온이 평년값(1971~2000년)에 비해 4도 올라가고, 강수량은 1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년의 연평균 기온은 6.4도(대관령)~16.2도(서귀포)다.

이렇게 되면 아열대 지역이 크게 확대된다. 지금은 부산에서 목포에 이르는 남해안 일부 지역만 아열대 기후를 보이고 있는데 2071년 이후에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주변을 제외한 지역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서울·대전·광주·대구·울산 등 대도시와 서해안 전역 등 남한의 절반가량이 아열대 지역이 된다. 이는 이들 지역에서 사실상 겨울다운 겨울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기상청은 1971~2000년 30년 동안 관측한 기온의 평균값과 수치 예측 모델을 돌려 향후 기온 증가치를 추정했다.

그동안 한국의 겨울은 점점 짧아졌다. 1920년대에 비해 90년대 겨울이 약 30일 짧아졌고 반대로 여름은 20여 일 늘어났다.

기상청은 또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카트리나와 같은 강력한 수퍼 태풍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태풍의 강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해수면 온도인데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가 매년 평균 0.03도씩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오재호 교수는 “태풍 매미의 경우 약 200㎞/h의 바람이 불었는데, 최악의 경우 금세기 말에 240㎞/h 이상의 태풍이 올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같은 환경 조건에서라도 훨씬 더 강한 태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허창회 교수는 “우리나라 기온 변화에는 도시화가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지난 100년의 온도 변화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2100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상승해도 사계절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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