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미화원들의 ‘따뜻한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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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살고 있지만 우리들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게 돼 가슴 뿌듯합니다.”

환경미화원들이 김국진씨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목원대 제공]


2일 오전 11시 대전시 서구 도안동 목원대 음대 계단강의실. 이 대학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아주머니 50여명은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 50만원을 이 대학 정보통신공학부 4학년 김국진(26)씨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6월 14일 급성 간경화로 쓰러져 위독한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이식했다. 김씨는 최근 서울 아산병원에서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간을 주고 받은 아들과 아버지 모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김씨는 요즘 졸업작품전 준비에 바쁘다.그러나 김씨는 간이식 수술비 8000여만원 때문에 고민했다. 아버지는 수술비 마련을 위해 충남 보령에서 운영하던 한우농장과 집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을 들은 목원대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이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해보자”며 박봉의 월급에서 일부를 쪼개어 ‘작은 소망의 불씨를 위한 기금’을 적립해왔다. 이들은 매달 80여만원의 급여가운데, 각자 적게는 1000원부터 수만원까지 적립했다. 김씨는 이 기금의 첫 수혜자였다.

이날 전달식을 가진 청소용역 분회장인 박방실(54·여·서구 가수원동)씨는 “비록 액수는 적지만 학생이 희망과 용기를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학교 구성원은 물론 사회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탁활동을 하기로 약속했다. 김씨는 “생각지도 못한 도움에 감사를 드린다”며 “제게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처럼 저도 사회에 나가 크던 작던 남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주머니들의 기탁 소식이 알려지자 학교측이 나섰다. 이 대학 이요한 총장도 김씨에게 격려장학금 100여만원을 지급했다. 또 대학은 모금 활동 등을 펼치기로 했다. 이총장은 “환경미화원들의 선행이 학교 구성원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친형인 범진(27·회사원)씨도 친척에게 간을 이식해주었던 사실이 알려져 두 형제의 미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형은 2005년 7월 만성 간경화를 앓는 큰아버지의 직계가족이 간 이식 조건에 맞지 않자 조카인 자신의 간 일부를 제공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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