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러시아 여류 추리소설가 마리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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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요즘 러시아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은 여류 추리소설가 알렉산드라 마리니나 (41)에 집중돼 있다.

경찰관 출신으로 30대 중반이던 92년 작가로 변신, 지금까지 발표한 18권의 작품이 모두 발매 한두달 안에 슈퍼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운 그녀가 최근 2년여동안 써온 회심의 역작을 곧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98년 현재 그녀가 쓴 책들의 러시아내 누적 판매부수는 약 1천8백만부 (출판계 추정) .지난 2년 동안 펴낸 근작 '스타일리스트 (스틸리스트)' '남자들의 게임 (무스키예 이그르)' '어쩔 수 없는 살인 (우비이차 파네볼레)' 만도 3백만부 넘게 팔리는 등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마리니나의 작품중 10여권의 판권을 소유한 엑스모 출판사는 "정확한 통계를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 3년간 1천3백만부를 찍었다는 말만 하겠다. 그녀는 마이더스의 손" 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톨스토이.도스토예프스키.솔제니친.파스테르나크 같은 거물들의 작품을 번역해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던 유럽 출판계도 '마리니나 확보' 에 앞다투는 분위기다.

그 선두 주자인 이탈리아의 피엠므사는 그녀의 작품 전부를 출간키로 하고 98년 6월 번역에 들어가는 한편 2백만달러를 들여 홍보작업을 펴고 있다.

이외에 프랑스의 쇠유, 독일의 피셔 타셴부흐 페어라크사를 비롯해 체코.미국.일본.스페인.스웨덴 등 16개국의 출판사들이 그녀와 계약을 맺었거나 체결단계에 있다.

1957년 리보프의 법률가 가정에 태어난 마리니나는 부모의 영향으로 법학을 공부한 데 이어 내무부 경찰학교에서 조직범죄심리 등을 전공한 뒤 98년까지 경찰관으로 일했다.

남편도 내무부 경찰학교의 연구교수로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교정해주고 아이디어도 제공하는 충실한 동반자다. 이 덕분인지 그녀의 작품은 사실성이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더 큰 성공 요인은 애국심과 도덕심으로 무장한 여주인공이라는 게 정설. 현실에서는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단죄받지 않는 타락한 관료.신흥부호.매국노 등을 가차없이 처단하는 여경찰 아나스타샤 카멘스키가 독자에게 대리만족을 준다는 것이다.

출판평론가 이고르 소피코프는 "마리니나의 주인공들은 제정 러시아 시절 서민들을 위무했던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의 주인공들과 비슷하다" 고 말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작품을 통해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타락을 고발하고 단죄했다면 마리니나는 소련 멸망후 방향을 상실한 러시아인들의 절망을 잠시나마 해소시켜 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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