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고금리 경쟁 … 최고 연 5% 상품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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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호 26면

자산관리계좌(CMA)를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금 인출 수수료 면제, 자동이체 수수료 면제, CMA 연계 신용카드 발급 등 부가서비스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기준금리가 2%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금리 경쟁은 별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은행 보통예금보다야 이자를 더 쳐준다지만 절대수치가 워낙 낮은 탓에 금리를 앞세워 고객을 끌기엔 무리가 있었다.

돈이 되는 금융상품 - CMA

최근엔 양상이 바뀌었다. 증권사들의 금리 경쟁이 치열해졌다. 연 2∼3% 수준을 넘지 못하던 CMA 금리가 연 4% 선에 진입했다. 최근엔 연 5%짜리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고금리를 챙겨 받으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무조건 금리를 좇아 CMA에 코가 꿰였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금리보다는 부가서비스를 잘 따져보고 CMA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루만 맡겨도 연 4.1%
금리 경쟁의 포문은 하나대투증권이 열었다. 5월 말 새로운 CMA 상품을 출시하면서 신규 가입 고객에게 300만원 한도 내에서 하루만 맡겨도 연 4.1%의 금리를 주겠다고 했다. 기준금리의 두 배를 넘는 고금리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두 달간 하나대투증권의 CMA 계좌 수는 40%가 늘었다. 7월 하루 평균 늘어난 1만여 개의 계좌 가운데 하나대투증권의 CMA 계좌가 3000여 개나 됐다.

이에 자극을 받아 다른 증권사들도 고금리 CMA 상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대우·우리투자증권 등이 연 4.5% 상품을 내놓자 현대증권은 연 4.6% 이자를 주는 특판 CMA를 선보였다. 이어 메리츠증권에서는 1년간 놔두면 연 5% 금리를 주는 종금형 CMA로 맞대응했다. 종금형 CMA는 금융기관이 망해도 5000만원 한도 내에서는 원금과 이자를 보장해 주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다. 그런데도 전국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평균 4.69%)보다 금리가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리 운용을 잘한다고 해도 연 4% 선 이자는 증권사가 손해를 보고 파는 수준”이라며 “CMA 자체보다는 CMA에서 파생되는 주식거래, 펀드 가입 등 다양한 서비스를 노리고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증권사들이 마냥 손해를 볼 수는 없다. 고금리라는 ‘숫자’ 뒤에 ‘조건’을 붙였다. 고금리를 주는 대신에 가입 기간, 우대금리 적용 한도 및 기한 등을 제한했다. 대부분 다음달 말,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CMA에 가입해야 고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 증권사 대부분이 300만원, 혹은 500만원 한도 내에서만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이 한도를 넘으면 고금리가 아니라 연 2.5% 안팎의 기본금리만 준다. 현대증권의 경우엔 좀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CMA 잔액이 600만원이라면 300만원은 연 4.1%, 200만원(3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 금액)은 연 4.6%, 100만원(500만원 초과액)은 연 2.7%의 금리를 적용한다.

보통 CMA 가입 후 2개월까지는 조건 없이 고금리를 주지만 다음에는 조건이 붙는다. 계속 고금리를 받고 싶으면 급여이체를 하거나 주식형 펀드 자동이체 등록 등을 해놓아야 한다.
 
부가서비스 따지는 편이 나아
4%대 금리에 눈이 번쩍 뜨이지만 그 효과를 월별로 환산하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CMA 잔액이 월평균 100만원이라면 연 4.5% 금리를 적용받더라도 챙길 수 있는 이자는 월 3750원(세금 등 비용 제외)이다. 고금리보다는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이나 CMA 연계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 저금리의 신용대출 알선 등을 따져보고 CMA를 고르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이 금융기관 1곳을 지정하면 그곳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할 때 출금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우리투자증권 CMA에 가입하면 우리금융그룹 계열 금융회사인 우리·광주·경남은행 등의 ATM 이용 시 출금 수수료가 무료다. 동양종금증권 CMA 가입자는 은행 이외에 편의점·백화점·할인점 및 쇼핑몰 등 전국 주요 장소(8월 현재 328개)에 있는 동양종금증권 로고가 부착된 ATM을 이용할 경우에도 출금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그 밖에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주식매매 수수료, 적립식 펀드 이체 금액, CMA 연계 신용카드 사용금액 등의 일부를 적립해 펀드에 자동 투자해 준다. 신한금융투자는 ‘사업자 전용 명품CMA’에 가입한 전문직 종사자와 개인 사업자들에게 국세청의 세금 관련 신고 업무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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