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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스포츠] 개그맨 김병만씨 “무술 덕에 밝은 성격으로 바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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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합기도복을 입은 김병만씨가 무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경빈 기자]

“맨손으로 염소 다섯 마리 잡아보셨어요? 안 잡아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개그맨의 말이지만 개그가 아니다.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김병만(34·BM엔터테인먼트 대표)씨가 고교 시절에 11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냈다는 ‘전설 같은 무용담’이다. 전북 완주의 궁벽한 농촌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몸이 재빨랐고, 영화 속에 무술 장면이 나오면 꼭 따라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염소 다섯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들과 잡으러 갔어요. 요놈들이 바위 언덕에 올라가 있기에 살금살금 다가가서 뒷다리를 하나씩 낚아챘죠. 염소는 뒷다리를 잡히면 힘을 못 쓰거든요. 네 마리를 친구들한테 넘기고 달아나는 한 마리를 쫓아가 몸을 날려 덮쳤죠.”

김 대표는 데뷔 이후 꾸준히 ‘무술 개그’를 선보였고, 오랜 기다림 끝에 ‘달인’ 코너로 인기인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어릴 적부터 태권도·합기도·검도 등을 꾸준히 수련한 덕에 얻은 인내의 열매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서울 사는 친척이 “체조 선수로 대성할 자질이 있다”며 서울로 데려가려 했다. 그러나 하나뿐인 아들과 떨어져서는 못 산다며 부모가 강력하게 만류하는 바람에 꿈을 접었다.

김 대표는 고교 졸업 뒤 연극배우의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와 동숭동 대학로 소극장에서 먹고자며 갖은 고생을 했다. 2000년 이영애·이정재가 주연한 영화 ‘선물’에서 개그맨 역할을 할 배우를 공개모집했다. 김 대표는 옥탑방에서 함께 살던 단짝 이수근과 함께 무술 개그를 해 캐스팅됐다. 그 뒤 KBS 개그맨이 됐고 ‘무술 개그’ ‘몸 개그’ 코너를 주로 맡았다.

그는 “주위에서 무술 개그는 김병만이 가장 잘한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다”며 “이왕 시작한 것 ‘김병만만이 할 수 있는’ 개그 영역을 개척해보자는 생각에 무술 훈련에 더 매달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품새보다는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화려한 동작을 주로 연마했다. 프로레슬러 출신 이왕표씨에게서 격기도(태권도와 레슬링을 혼합한 무술)를 전수받기도 했다.

크고 작은 부상도 숱하게 당했다. 한 발로 땅을 구른 뒤 공중 돌기를 하다가 발목을 다친 적이 있는데 “지금도 뼛조각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안전하게 넘어지는 연기 노하우’를 전수한다.

김 대표는 지금도 꾸준히 운동으로 몸을 관리한다. 집에서 여의도 방송국까지 13km 거리를 뛰거나 자전거로 오가기도 한다.

김 대표는 “내성적이던 제가 성격이 밝아지고 남을 웃기는 직업까지 갖게 된 것은 무술을 한 덕분”이라며 “지금도 제 돈으로 조카들을 태권도장에 보내는데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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