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신업체, 美기술격차 M&A로 따라잡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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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럽의 정보통신업체들이 미국의 정보통신 및 인터넷 업체들을 무차별 사냥하고 있다.

디지털 통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음성 위주의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해 온 유럽식 통신으로는 더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아예 기술을 갖춘 미국 기업을 인수, 기술격차를 따라잡자" 는 인식이 확산된 때문이다.

유럽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 3월초까지의 미국 기업 인수 규모는 무려 1백억 달러에 이르며,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인수.합병이 예상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프랑스의 알카텔SA.알카텔은 지난 2일 재미교포가 경영하는 인터넷 장비업체 자일랜을 20억 달러에 인수해 미국 통신업계를 놀라게 했다. 알카텔은 지난해 중반에도 인터넷 통신 기술 확보를 위해 통신기기 업체인 'DSC통신' 을 44억 달러에 인수했었다.

독일 최대의 정보통신업체인 지멘스AG도 지난 8일 2개의 미국 인터넷 통신업체를 인수했다. 인수 및 투자 규모는 5억7천만 달러. 스웨덴의 에릭슨도 최근 미 통신장비업체 한 곳을 인수한데 이어 또 다른 인수대상을 찾고 있는 상태.

한편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기업들도 이에 뒤질세라 인수 합병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업체인 AT&T에서 분리된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캘리포니아의 어센트 통신 인수를 진행중이고, 캐나다 토론토에 본부를 둔 노던 통신은 지난해 컴퓨터 통신업체인 베이 넷워크를 인수했다.

알카텔 통신의 크리스 프라브 수석부사장은 "유럽 정보통신업체들이 자국 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미 기업 인수를 통한 기술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미 통신업계에 대한 유럽 기업의 적대적 인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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