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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눈] 지나친 관심, 선수 괴롭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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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혀 예상 못한 결과다. 조은영.서선화 선수가 평소 기량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면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는 없었다. 특히 조은영 선수는 이번 대회를 위해 결혼도 미뤘다. 자기 관리도 누구보다 철저하다.

두 선수의 부진은 전적으로 심리적인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사격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서선화의 눈물
14일 아테네 마르코풀로 사격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m 공기소총 예선에서 서선화가 예선 탈락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한국의 조은영과 서선화는 394점(14위).391점(공동27위)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올림픽 사진공동취재팀

이 때문에 심리적인 동요는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다. 코치들도 선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하는 데 모든 걸 집중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대회 개막 한달여 전부터 두 선수에게 쏟아진 언론의 집중 조명이 아마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특히 일부 방송의 지나친 취재경쟁이 한몫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매스컴의 각광이 선수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고 배려했어야 했다. 20년 전 내가 올림픽에 나갔을 때도 두 선수의 경우와 비슷했다. 확실한 금메달감이라고 지목됐지만 지나친 기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정작 경기에서는 평소 기량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과거 여갑순 선수나 강초현 선수는 올림픽 대회 직전에 대표팀에 선발돼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고 좋은 성적도 나왔던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천민호.제성태 등 기대주들이 남아 있다. 아직 경기가 남아있는 선수들은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조준 과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이들이 냉정하고 차분해지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박종길 대한사격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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