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6개월째 호황…다우지수 10,000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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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급등하며 10, 000포인트 대기록을 향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다우지수는 11일 (현지시간) 장중 한때 9, 935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인 후 전날보다 124.60포인트 상승한 9, 897.44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서만 8% 상승한 수치다.

◇ 주가 급등 배경 = 이날 다우지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최근 12년 사이 최저수준을 기록중인 유가의 부양을 위해 감산 합의에 다라랐다는 소식이 전해진데다 지난달 미국내 소매 판매실적이 발표되면서 폭등했다.

셰브론.엑슨 등 석유기업 관련주가 5%가까이 급등하는 등 블루칩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또 2월 소매 판매가 당초 예상보다 4배 이상 높은 0.9%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의 사자 주문이 쏟아졌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경제성장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폭넓게 퍼졌고, 이는 월마트.제너럴 일렉트릭 (GE) 등 제조업체들의 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 미 경제 호황 =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경제의 장기호황이다.

현재 미국은 높은 성장률과 생산성, 낮은 실업률, 폭발적인 소비증가율을 기록하면서도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는 한마디로 '환상적인' 상황이다.

호황기조는 무려 96개월째다.

11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4.6%.70, 80년대의 연평균 1.1%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빌 루이스 소장은 "서비스경제와 지식경제의 조기 도입으로 여타 선진국 및 개도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 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6.1%로 분기별로는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 4.4%는 30년만의 최저치이고 실업급여 신청자수가 최근 6주 연속 30만명 미만에 머문 것도 25년만이다.

그런데도 지난달 임금상승률은 0.1%에 그쳐 30년만의 최저수준이다.

이같은 수치들은 올해 들어 미국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을 완전히 뒤엎고 있는 것이다.

◇ 엇갈리는 전망 = '당분간 상승세' 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상당한 거품으로 급반락 가능성' 이 크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주식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프루덴셜 증권사 랠프 어켐포라는 "3분기 중 지수가 11, 500을 넘어설 것" 이라고 예측했고, 스토벌 21세기 투자자문사의 로버트 스토벌 사장도 "다우지수 10, 000은 우리가 5년 전부터 꿈꿔온 수치" 라며 상승세를 점친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은 여전히 왕성하며 인플레 압력의 뚜렷한 조짐도 없다" 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의 9일 발언이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다음달 초 예정된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영업실적 발표가 기대에 못미칠 경우 증시 압박요인이 된다.

잇따른 금리인하 조치로 기업과 소비자들의 자금사정이 호전된 만큼 미 연

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기과열을 피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주가가 기업들의 영업성적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김현기 기자

◇ 다우주가 = 정식 명칭은 다우존스 공업 평균지수 (Dow Jones Industrial Average) 이며, 월스트리트 저널을 발행하는 다우존스사가 미 30개 주요 기업의 주가 평균을 산정, 지수화한 수치다.

제너럴 모터스 (GM).제너럴 일렉트릭 (GE).코카콜라.보잉 등 거대 기업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으며, 이들의 시가총액은 미 전체 증시의 20%를 차지한다.

1896년 찰스 다우가 12개 기업의 주가 평균을 발표하면서 40.94로 시작된 다우지수는^72년 1천^95년 5천^지난해 4월 9천을 각각 넘어섰다.

대공황으로 주가등락이 심했던 31년 10월 6일 14.87%의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블랙먼데이로 불리는 87년 10월 19일에는 22.61%나 폭락, 사상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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