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퍼렇던 금감위, 기업·은행반발에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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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사령탑 금융감독위원회가 사회 전반에 개혁분위기가 가라앉은 것과 맞물려 요즘 영 '영 (令)' 이 서지 않는다며 고민중.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감위의 결정만 떨어지면 5개 은행 퇴출을 비롯, 5대 재벌 구조조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돼 왔으나 올들어서는 기업.은행들이 금감위의 방침을 무시하거나 아예 반박하고 나서는 일이 흔해진 것.

예컨대 부채비율 2백% 축소를 놓고 최근 금감위가 "자산재평가는 인정하지 않겠다" 고 밝히자 재계는 "언제는 인정해 준다고 해 막대한 세금까지 물면서 자산재평가를 했는데 이제 와서 안된다는 게 웬 말이냐" 며 "오락가락하는 금감위의 방침을 따를 수 없다" 고 즉각 반발.

이와 관련,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 며 "느슨해진 사회 분위기를 타고 개혁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세력엔 단호히 대처할 것" 이라면서도 분위기 반전용 카드가 마땅치 않아 고민스러운 눈치.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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