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소 카메라공장 야스하라제작소가 日업계 흔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사장 겸 종업원 1인, 본사 겸 공장 면적 9평의 카메라회사. 요즘 일본 카메라업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는 세계 최소 카메라회사 야스하라 제작소의 전부다.

이 회사의 사장 야스하라 신 (安原伸.34) 이 최근 일본에서 기술과 개성을 통해 '탈 (脫) 샐러리맨' 에 화려하게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부러움을 한몸에 사고 있다.

카메라회사 엔지니어 출신의 야스하라가 창업에 나선 것은 97년11월. 대량생산에 따른 카메라의 획일화에 반기를 들고 회사를 그만둔 뒤 혼자 사무실을 차렸다. 곧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 평소 구상해오던 카메라설계도를 공개했다. E - 메일을 통해 세계 각지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1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회심의 역작이 '야스하라 일식 (一式)' 카메라. 겉모습은 라이카나 콘탁스 등 유럽의 카메라메이커들이 선보였던 고전적인 모습이지만 기능은 최신 기계식 카메라에 손색없게 만들었다.

몸체도 강화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으로 만들어 기계다운 묵직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야스하라는 올 봄부터 판매를 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우편으로 예약을 받았다. 그러자 일본내에서만 예약주문이 3천건이나 쇄도했다. 몸체 값이 5만5천엔 (약55만원) 이므로 주문 물량만 1억6천5백만엔에 달한다.

광고를 일절 하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이나 소문을 통해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상 외의 반응에 야스하라도 놀랐다. 혼자서는 주문량을 댈 수 없게 되자 중국의 카메라공장에 설계도를 보내 매달 3백대씩 조립하청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니콘.캐논.미놀타 등 대형 카메라업체들이 은근히 긴장하는 모습이다. 대기업이 1인 회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야스하라의 카메라 철학은 "도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돼야 한다" 는 것. 찍는 기능만이 아니라 지니고 만지는 자체도 중요한 목적이라는 얘기다.

야스하라는 자신의 카메라가 상업적인 투자대상이 되는 것을 무엇보다 꺼리고 있다. 전문 카메라상들로부터 '제품번호 1호에 대해 값을 더 주고라도 사겠다' 는 주문이 쏟아지자 카메라의 제품번호를 일절 새겨넣지 않기로 했다.

"카메라는 즐겁게 쓰고 재미있게 다루면 그만이다. 투기대상이 되면 곤란하다" 는 것이 야스하라의 생각이다.

도쿄 = 남윤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