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컨설팅사들 '아시아 特需'…은행·정부등 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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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미국 컨설팅 회사들의 진출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일본 등 아시아 각국이 구조조정과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금융기관과 일반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컨설팅 의뢰를 크게 늘린 때문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중앙은행 (BOJ) 은 지난 8년간 자체 추진해온 금융제도 개혁을 포기하고 지난해 12월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앤 컴퍼니' 에 개혁 주도권을 넘겼다.

인도네시아 금융 구조조정을 감독하고 있는 세계은행 역시 맥킨지에 개혁의 전권을 위임했다. 자산 가치가 20억 달러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국유기업 민영화는 미국의 골드만 삭스와 리만 브라더스가 맡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경우 자카르타 부근 '탄융 프리오크' 항구 건설공사의 해외 입찰까지 담당, 현재 국제 입찰이 마무리 단계다.

모건 스탠리는 태국 정부가 추진중인 2개 국영은행 (방콕 메트로폴리탄은행과 시암시티은행) 의 해외 매각을 맡고 있다. 태국은 국가 전체의 금융산업 개편방안에 대한 자문도 이 회사에 요청했다.

아시아 최고의 우량은행 중 하나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개발은행 (DBS) 도 지난해 인수한 '싱가포르 우편예금은행 (POSB)' 합병과 관련, 미국인 컨설턴트 '에이 티 키어니' 의 자문을 받고 있다.

모건 스탠리도 4억6천만달러 규모인 DBS은행의 '홍콩 콩온 은행' 인수협상을 자문하고 있다.

이와관련 '디로이테 터치 컨설팅 그룹' 은 최근 방콕과 마닐라에 지사를 개설한 데 이어 올해 중 서울과 콸라룸푸르에도 지사를 개설, 해당국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컨설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5월까지 아시아지역의 수입이 2억달러에 이르러 경제위기 이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홍콩에 본부를 둔 '전략적 싱킹 그룹 (STG)' 의 제임스 헤이비르네 회장은 "아시아 각국이 미국 일변도의 개혁방식에 불만도 있지만 세계화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미국식 개혁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고 분석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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