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연봉엔 서울대 교수 안 합니다” 3명이나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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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직을 마다하는 학자가 늘고 있다. 서울대는 2학기에 교수 특채를 위해 도입한 ‘저명교수제’의 후보에 오른 학자 10명 중 3명이 거부 의사를 전해왔다고 3일 밝혔다. 저명교수제는 과별로 세계적 학식을 갖춘 교수를 추천하면 이 중 10명을 뽑아 정원과는 별도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2명은 정식 임용 제안을 받은 뒤 거절했고, 한 명은 제안 전 협상 단계에서 고사했다”며 “과거에는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명예보다 실리”=대학 측은 낮은 연봉 수준과 열악한 연구 환경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명예보다 실리를 택하려는 사회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대 전임 교수의 연봉은 5000만~9000만원 선. 유명 사립대의 70% 수준이다. 강의와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번 임용 제안을 거절한 한 자연대 교수는 20억원대의 기자재가 갖춰진 실험실과 3억원의 연구 정착금, 교수 2명에 대한 추천권을 보장받고 지방 사립대로 이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 연구원의 또 다른 학자는 협상 단계에서 “연봉이 30% 정도 깎이니 현재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울대행을 포기했다.

서울대 김명환 교무처장은 “국립대 교수는 월급 체계가 공무원처럼 정해져 있어 인센티브를 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신규 교수에게만 특별 혜택을 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교수의 채용도 더욱 힘들어졌다. 지난해 이후 원화 가치가 하락해 신임 교수의 연봉 수준(5000여만원)은 4만 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김 처장은 “미국 교수들은 보통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요구한다”며 “단과대마다 따로 기금을 보태 외국인 교수를 뽑고 있다”고 말했다.

◆떠나는 교수도 늘어=수리과학부에서만 최근 3년 사이 3명의 교수가 고등과학원(2명)과 인하대로 이직했다. 이 중 한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서울대에선 아무리 연구를 열심히 해도 강의 시간을 줄여주거나 행정 업무 부담을 덜어주지 않아 마음껏 연구를 할 수가 없었다”고 이직 이유를 밝혔다. 서울대 김하석 부총장은 “교수 임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월급 체계와 연구 환경을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법인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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