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행정구역 통합 논의 정치권서 불씨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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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자율적인 시·군·구 통합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도 성남·하남·광주시가 통합 원칙에 합의한 데 이어 의정부와 양주·동두천시도 가세해 11일 양주에서 통합 찬반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마산·진해시와 함안군 상공회의소 회장들도 어제 “지역경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4개 시·군이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안양·의왕·군포시, 청주시·청원군, 동해·삼척·태백시, 전주시·완주군 등 통합이 거론되는 지방자치단체가 20여 곳이 넘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내년 7월까지 통합자치단체로 출범하는 시·군·구에 50억원씩의 특별교부세를 주고, 통합 이전에 받던 교부세액을 5년간 유지하며, 통합자치단체의 1년치 교부세액의 60%를 10년간 나눠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한 까닭이다. 게다가 통합지역 공무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10년간 공무원 정원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한 것도 통합 논의의 장애물을 제거한 한 요인이다.

하지만 원칙적 통합 합의가 통합 실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지난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통합되는 시·군·구 각각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특히 각 선거구 국회·지방의원들을 비롯, 지역을 대표하는 각 협회·단체장 등 기득권층을 설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통합자치단체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르고 7월에 출범하려면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통합을 확정해야 한다. 통합을 위한 법률 정비 등에만 6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행안위에 계류 중인 ‘자율통합 지원 특례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법안이 통과돼야만 농어촌 특례입학 자격과 낮은 면허세율 등 기존 혜택의 유지와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 예산 지원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모처럼 불붙고 있는 행정구역 통합 논의의 불씨를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