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이흥우가 본 김국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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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김국진은 한국의 채플린이다. 연기가 그렇다는 뜻이다. 왜소한 체구, 선량한 이미지로 소시민의 전형을 대변한다. 공룡 같은 정보화 사회에 매몰된 소시민의 위축된 마음을 달래준다. 자신과 시청자를 하나로 융화하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김국진은 탁월한 개그맨이다. 웃음에 대한 감각이 본능적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말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지를 알고 있다. 개그맨이 갖춰야 할 자질이 순발력과 연기력이라고 볼 때 그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지닌 보기 드문 경우다.

대본에 대한 해석이 탁월하고, 탤런트 버금가는 디테일한 연기로 한국 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성실한 웃음꾼이다. 녹화가 끝나고 편집할 때도 그는 종종 찾아온다. 회의실에도 자주 들러 제작진과 커피를 나누며 프로그램 이야기를 한다.

인간적으로도 '고수' 다. 다른 PD들의 출연제안이나 결혼식 사회 요청 등을 거절하지 않는다.

'NO라고 말하지 않는' 남자다. 오랜 인기는 인간관계에 있다는 점을 알고있다. 다만 좀처럼 속을 들어 내지 않아 섭섭할 때가 있다. 술도 맥주 한 잔 이상 못한다. 친해지지 어려운 스타일이다. 가슴을 훨훨 털어놓는 그의 변신을 기대한다.

이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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