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에게 한번쯤 한국영화의 미래를 걸어봐도 될 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란 점이 최대 강점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부터 닦아온 탄탄한 시나리오 집필 능력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고 분석한다.
좋은 시나리오야말로 '강제규 영화' 의 성공 비결이란 이야기다.
姜감독은 지난 85년 합동영화사의 공채모집에 선발돼 연출부로 입사하면서 충무로에 나왔다.
합동영화사 시절 '한쪽 날개의 천사' 등 조감독으로 서너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러나 1년만에 팀이 해체돼 영화사를 떠나 KBS에 잠깐 몸을 담았다.
이런 중에도 姜감독은 시나리오 습작을 계속했다.
24세 되던 86년 우연히 감독으로 데뷔할 기회가 왔다.
'딴따라' 란 작품을 읽은 배우 안성기씨가 "시나리오가 좋다" 며 영화사를 소개해 준 것. 그러나 姜감독은 때가 아니란 생각에 데뷔시점을 연기했다.
그는 먼저 시나리오를 선보이기로 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진 첫 작품이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89) .당시로는 금기시되던 소재로 정치인의 살해사건을 다룬 영화였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어 姜감독은 줄줄이 신작을 쏟아 냈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를 비롯해 '장미의 나날' '게임의 법칙' '지상만가' 가 그의 시나리오였다.
96년에 나온 '은행나무 침대' 는 자작 시나리오로 감독 데뷔한 작품. 한 남자가 전생과 현생의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이 판타지성 드라마는 강제규란 감독을 한국영화의 '무서운 신예' 로 각인시켰다.
서울 관객 68만명의 놀라운 흥행기록도 뒤따랐다.
수현 역의 한석규와 그의 연인 미단공주 역의 진희경은 스타덤에 올랐다.
姜감독은 이 작품으로 대종상.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부인은 정감있는 수다쟁이 연기로 유명한 탤런트 박성미씨. 대학동기로 89년 결혼했다.
사이에 외아들 윤원 (7) 을 두고 있다.
정재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