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조직안정 아이디어 만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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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젠 조직 안정에 주력하자. ' 격심한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종사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각 기업들이 서둘러 분위기 안정에 발벗고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기 하락과 동요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면서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이 올 것으로 판단, 조직 달래기에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1일 전 계열사 임직원의 업무 관련 '전과 기록' 를 없애주는 사면을 단행했다. 그동안 각종 징계.견책 등으로 승진이나 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해온 임직원들의 벌과를 없애준 것.

한화 관계자는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그러든 조직 사기를 올린다는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취했다" 고 밝혔다.

㈜대우 역시 올해부터 매달 사업부별로 우수사원과 팀을 선정해 성과금을 주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분기별로 우수팀에게는 승진 대상자가 있을 경우 무조건 승진시키는 파격적인 인사 정책을 펼 예정이다.

LG화재와 LG증권은 올들어 사내방송과 사보등을 통해 '칭찬 릴레이' 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보에 한 사람에 대한 칭찬을 실으면 그 사람이 다음 사보에 칭찬을 받을 사람을 골라 다시 '추켜세우는' 방식으로 칭찬을 이어가는 것. 쌍용은 이벤트 회사 등의 협조를 얻어 '사내 위문공연' 을 시행 중이다.

매달 한 지역 사업부 또는 영업소를 방문해 팔씨름.윷놀이.동전쌓기 등 각종 축제마당을 열어 종업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 ㈜대우 건설부문도 2월말 1박2일 일정으로 직원 자녀중 4~5학년에 재학중인 초등학생 1백여명을 회사로 초청하는 행사를 가졌다.

행사에 참가한 자녀들은 회사 소개.미래 주택 관람.건설 관련 각종실험 실습 참관.건설현장 체험 등을 만끽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부모의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녀에게는 교육적 의미를, 직원들에게는 책임감을 고취시키자는 것이 행사의 목적"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업원들의 반응이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A그룹의 한 직원은 "한 차례 인력조정의 태풍이 지나간 후에 다시 대규모 감원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이런 피상적인 조치들로 종사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 이라며 "오히려 회사 사정을 정확히 설명하는 등 종업원들의 참여의식을 높히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 이라고 지적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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