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고용은 아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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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반기 고용 증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소기업 등은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잘나가면 이들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실적도 좋아져 고용이 함께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산업 연관성이 줄어들면서 이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또 지난해 말 이후 급격히 줄어든 영세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등 저소득·소외계층의 일자리 사정은 아직 회복 움직임이 없다는 얘기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548개 상장사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견기업 가운데 29.5%만 하반기에 채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대기업(60.2%)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동향분석실장은 “중소기업은 경기가 나아져도 선제 투자를 하거나 고용을 늘리기 어렵다”며 “우선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을 늘리며 상황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될 때는 고용이 경기 동향을 뒤따라가는 성격이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완연히 좋아져야만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혁신형 중소기업을 늘려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백필규 산업연구실장은 “대기업은 뛰어난 기술과 경영 능력, 글로벌 아웃소싱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그 과실이 중소기업에는 잘 전파가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백 실장은 “고용 여력이 있는 벤처 등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한편 여건이 나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차원에서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어서 신규 고용을 늘리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20개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올해 하반기 직원 채용계획이 있거나 채용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과 한국농어촌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3곳뿐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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