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근로시간 단축/200만명 정리해고 막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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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 1월말 정부는 33년만의 최고치인 실업률 8.5% (1백76만명) 를 발표했다. IMF위기 이전 2%에 비해 무려 4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얼마전 국회에서 실업통계 작성방식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고, 최근 야당의원은 정부발표의 2배인17.4%를 주장했다. 이 수치는 민주노총이 지난해 8월에 실망실업자, 실직상태인 일용직 노동자 포함 17%로 추정한 것과 비슷하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종합실업대책을 발표하면서 고용유지와 고용창출을 목표로 했다. 보완대책으로는 취업알선.직업훈련과 생활보호를 내세웠다.

'실업과의 전쟁' 을 선포했던 정부 여당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 가운데 국민들은 실업대책에 가장 나쁜 점수를 매겼다. 고용유지와 사업장내 잉여인력에 대한 일자리 나눠갖기 (work sharing) 를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애초 목표는 올바르게 수립됐다. 그러나 시행에 있어서는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통한 대량실업 유발이었다.

98년말 현재 전산업 주당 노동시간은 46.7시간으로 2천5백여 시간에 이른다. 1천5백~1천6백시간대인 유럽은 물론 선진국중 가장 장시간인 일본의 1천9백시간에 비해 훨씬 길다. 현재에서 2천시간 (주38시간) 으로 단축하면 2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바로 2백만명의 정리해고를 막는 길이다. 이를 위해 현행 법정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고 임금문제는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정부의 고용안정기금을 활용하면 된다.

2월 21일 金대통령은 제3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포괄적 세계주의' 를 거론하며 외자유치가 많은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라 했다. 그리고 올해에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계속됨을 분명히 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고, 그러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경기가 회복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침체하에서 수출감소와 대량실업으로 인한 소비감소는 일부 거시경제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투자위축으로 실물경제의 토대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이는 바로 실업증대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외자유치를 통한 수치상의 경기회복은 거품에 가리워진 환상일 수 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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