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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2혁명 EC에선 질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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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터넷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증대됐고 그중 대표적인 예가 전자상거래 (Electronic Commerce.이하 EC) 다.

19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에 이어 EC는 제2 산업혁명이라 불릴 만큼 산업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산업혁명에서 크게 뒤져 오랜 빈곤을 겪어야 했다.

만약 EC혁명에서도 처진다면 이는 실패를 거울로 삼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EC는 짧은 역사에 비해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고 여러 나라들이 주도권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해 왔다.

그동안 국내 EC성장에는 몇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먼저 제도의 문제가 '암호화 기술' 의 발전을 막아왔다.

암호화 기술이란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소비자의 신분을 비롯해 거래의 비밀을 보호해주는 장치 등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국내에서 개발한 암호화 기술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사용되는 암호화 기술에 대해선 국가정보원 (옛 안기부)에서 전권을 가지고 통제하고 있다.

이는 외국의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문서 등을 암호화할 경우 중요한 국가기밀이 공개되지 말아야 할 곳에 공개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보안상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문서의 내용은 유사시를 대비해 국가정보원에서 다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이 정책 때문에 암호화 기술은 발전이 더디었다.

이에 대한 규제를 국가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범위로 한정해야 한다.

EC 지불시스템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다.

국내 가상 쇼핑몰 (shopping mall) 의 대부분은 지불수단으로 신용카드와 무통장 입금을 택한다.

이것으론 부족하고 EC의 활성화를 위해 안전하고 수수료가 적게 드는 전자 지불 시스템의 개발이 중요하다.

국외에서는 전자 지불 시스템 중에서도 안전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전자화폐' (예를 들어 mondex) 개발이 한창인데 전자화폐가 가지는 익명성 때문에 한국정부에서는 도입을 늦추고 있었다.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떠도는 전자화폐의 경우 정부에서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조세정책상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 하겠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외국에도 있다.

다행히 정부는 한국은행의 주도하에 10월부터 국내에 전자화폐를 여의도를 중심으로 하는 몇 군데 시범 지역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선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분분하지만 이를 더 이상 미루고 자로 잴 때가 아니다.

정부에서 EC의 본격적인 추진을 늦췄던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을 위시한 EC 선두주자들이 'EC로 무역의 장벽을 허물자' 는 기치를 내걸고 밀어붙이는 EC 무관세 정책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외국제품에 비해 국내상품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을 우려해 전면적인 무관세정책에는 찬성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EC의 장은 어차피 국내가 아니라 전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것이다.

두려워 말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는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이 통과돼 99년 7월 1일부터 실제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제정된 법안은 유엔의 전자상거래법 모델을 대부분 수용해서 껍데기 상으로는 EC 선두국가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전자문서와 전자서명의 법적 효력을 명시하고 민간의 암호기술 사용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등 갖춰야 할 것을 골고루 명시하고 있다.

정부가 그간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 6월까지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주관하에 제정되는 하위 법령안들이 EC업계.학계.정부 3자협력에 의해 규제를 위한 법안이 아니라 EC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제도로 자리잡아야 한다.

EC는 단순한 상거래의 모델이 아니라 산업의 모양새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제2의 산업혁명이다.

EC로 인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실업대란을 해결함으로써 국내 경기를 살릴 수도 있고 나아가 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에서 추진하는 지식기반산업의 중추에 EC가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 새롭게 개념화하려는 '신지식인' 은 EC를 주장하는 계층이면 좋겠다.

경제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서 그같은 대열에 설 뿐 아니라 IMF에서 벗어나 새 1천년의 역사속으로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EC 경쟁에서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김형주 서울대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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