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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해저터널은 배·비행기에 밀려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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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가 간을 잇는 해저 터널로 가장 유명한 것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을 잇는 유로 터널이다. '채널 터널'로도 불리는 이 터널은 엄청난 자본을 들여 두 나라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빚과 유지 보수 비용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유로 터널은 터널의 건설과 유지 관리를 맡고 있는 민간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영국과 프랑스 정부로부터 운영.유지 관리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으며 2042년에 운영권을 다시 양국 정부에 넘겨주게 돼 있다. 유로 터널은 주식 공모와 은행 융자 등 순수 민간자본으로 일체의 정부 자금지원 없이 24조원에 달하는 터널 건설 비용을 마련했다. 하지만 1994년 개통 이후 적자에 허덕여야 했다. 지난달 유로 터널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손실이 1700여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배나 증가했다. 주된 이유는 13조원에 달하는 빚의 이자 부담이다. 이에 터널 이용료를 15% 내려 항공과 선박에 뺏기는 손님을 끌어보려 애썼지만 역부족이다.

세계 최장인 일본 세이칸 터널은 유로 터널과 달리 일본 정부가 투자해 만들었다. 45년 태풍 피해로 1430명이 죽자 정부가 흥분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해협을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을 찾다가 터널을 만들기로 했다. 설계와 공사에 수십년이 걸렸고, 지진대를 통과하는 터널을 완성했다. 세이칸 터널 역시 철도용으로 설계됐지만 비행기에 밀려 터널 사용은 부진하다.

이렇게 기존 터널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해저 터널에 대한 구상은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과 모로코 정부는 올 초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해저 터널을 2008년까지 건설키로 결정했다. 2700만유로가 들 것으로 예상되는 터널 건설을 위해 두 나라는 유럽연합(EU)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상지대 토목학과 이승호(한국토목학회 터널분과위원장)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나라 간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해저 터널을 염두에 두는 것은 육상 교통이 해상이나 항공보다 훨씬 저렴한데다 기상조건에 영향을 덜 받고 수송량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 두 나라 간 공법 의견 차이 등으로 공사가 순조로웠던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원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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