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꼬리무는 헛소문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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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영업자인 朴모 (32) 씨는 최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정치자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조만간 바닥나 돌려받을 수 없을 것' 이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오는 4월 국민연금 도시 자영업자 확대 실시를 앞두고 근거없는 소문과 악성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소문은 대부분 뚜렷한 근거없이 '…하더라' 는 식이지만 입에서 입을 거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PC통신까지 가세하면서 마구잡이로 증폭돼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정부의 정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소문은 "국고가 바닥나는 바람에 10월중엔 공무원 월급을 줄 돈도 없어 국민연금을 걷기로 했다"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국민연금 확대실시를 서두르고 있다" 는 등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PC통신의 한 토론실에서는 '국민연금 기금고갈로 돌려받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새로운 세금을 납부하는 셈' 이라는 주장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다른 가입자는 '연금기금이 관리부실로 고갈되자 사회보장 운운하며 전 국민을 상대로 돈을 걷고 있다' 는 그럴듯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이같은 소문이 위험수위를 넘자 국민연금의 실상과 도입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가두 홍보까지 나섰지만 소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거나 공무원.군인연금으로 전용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근거없는 소문을 일일이 해명하느라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은 별도 계정으로 관리.감시되고 법에 따라 지급이 보장된다" 며 "기금 대부분이 정부에 예탁돼 운영되므로 정부가 파산하기 전에는 국민연금을 못받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모임 (金慕姙) 보건복지부장관은 전국의 7백만 가입자 가구에 이같은 소문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하는 편지를 띄울 예정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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